“이자 낼 돈도 없어요” 한숨…금융당국 발 벗고 나섰다

손님 끊기고 대출은 그대로 남을 때
정부·은행, 문 닫는 가게까지 지원
“이자 확 줄었다”…숨통 트인 자영업자
사장님
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 / 출처 : 연합뉴스

“가게 문 닫고 나면 빚만 남는다던데, 나도 그 꼴 날 뻔했죠.”

매출은 줄고, 대출 이자 낼 돈도 빠듯한 자영업자 A 씨는 얼마 전 은행에서 반가운 얘기를 들었다. 상환 기간을 늘리고 금리도 확 낮춰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매달 13만 원씩 내던 대출금이 9만 원으로 줄어든다니, 그야말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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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 / 출처 : 연합뉴스

정부와 은행들이 이렇게 가게를 접는 사람들까지 챙기기 시작했다. 단순히 버티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몰라서 못 받는 일 없게”…현장으로 간 금융위원장

은행 창구를 찾은 또 다른 자영업자 B 씨는 폐업을 앞두고 3천만 원짜리 대출을 어떻게 갚을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원래라면 6개월 안에 원금 전액을 갚아야 했지만, 이젠 최대 30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게 됐다. 이자도 4.7%에서 2%대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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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 / 출처 : 연합뉴스

이처럼 요즘 은행들은 문을 닫는 사람들에게도 손을 내민다. 꼭 장사를 계속하는 사람만 돕는 게 아니다. 손해만 본 채 퇴장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출구를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금융당국도 이런 변화가 현장에서 잘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에 나섰다. 8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서울 시내 한 은행을 찾아 자영업자들의 상담 과정을 지켜봤다. 직원들이 제도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살핀 것이다.

정부와 은행은 이미 4월부터 금리 낮추기, 상환 기간 늘리기, 추가 자금 지원 같은 다양한 제도를 시작했다. 오는 7월에는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에게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성장촉진 금융상품도 출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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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 / 출처 : 연합뉴스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김 위원장은 “몰라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꼭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빚 1억, 폐업비용 2천만 원…현실은 더 버겁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창업 후 평균 6년 반 정도 영업을 하다 가게를 접는다. 이들이 떠안을 빚은 평균 1억 원이 넘는다.

폐업하는 데 드는 돈도 2천만 원 가까이 된다. 원상복구, 철거, 퇴직금, 세금 등 들어가는 비용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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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 /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도 대부분은 정부 제도나 금융 지원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빚만 떠안은 채 사라진다. 실제로 조사 대상의 78%가 어떤 정부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런 만큼 지금 정부와 금융권이 꺼낸 ‘금융 처방전’은 늦었지만 꼭 필요한 조치다. 이미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다시 설 수 있는 기반을 주자는 뜻이기도 하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지금은 그냥 버티라고 할 때가 아니다”라며 “안정적으로 정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진짜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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