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 왜 안 떨어지나 했더니”… 주부들 분통 터뜨린 ‘4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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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3사 담합 과징금
마트 내 진열대/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로 서민들이 고통받던 시기, 설탕 제조사 3곳은 가격을 담합해 ‘완벽한 인상’을 이뤄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제당 3사에 총 4083억 1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업체당 평균 1361억 원으로, 담합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4년 2개월간 총 8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의 변경 폭과 시기를 사전에 합의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가가 무역장벽까지 세워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하는 산업에서,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서민들이 어려운 시기에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올릴 땐 빠르게, 내릴 땐 천천히”… 완벽했던 담합의 기술

출처-연합뉴스

제당 3사의 담합 방식은 치밀했다.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 가격이 오르면 즉시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하고, 가격 인상을 거부하는 수요처에는 3사가 공동 대응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원당 가격 상승 시 한 차례도 실패 없이 가격을 올렸다.

반대로 원당 가격이 떨어질 때는 정반대 전략을 썼다. 인하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인하 폭도 원가 하락분보다 훨씬 작게 조정했다. 대표급과 본부장급은 가격 인상 방안과 협력 방향을 논의했고, 영업임원과 팀장들은 월 최대 9차례 모임을 열어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각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장점유율 89%의 힘을 최대한 활용했다.

2007년 처벌받고도 재범… “증거 안 남기기” 치밀한 은폐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출처-연합뉴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이 2007년 동일 혐의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 처벌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더욱 교묘하게 증거를 숨겼다. 회합이나 전화 통화 등 비공식 방식으로만 의사를 나눴고, 2024년 3월 공정위의 첫 현장 조사 당시에는 명확한 합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후 제당사 간 가격 논의 정황을 보여주는 이메일과 채팅 기록 등을 확보해 담합 사실을 확인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가 2024년 3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했고, 조사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응을 논의하는 행태까지 보였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부담 전가… 과징금 상한 30%로 상향 추진

마트 내 진열대/출처-뉴스1

결과적으로 제당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했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제당사가 가격을 올리면 식품회사들이 압박을 받고, 최종적으로 빵, 과자, 음료 등의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공정위는 설탕 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고율 관세로 수입이 제한돼 진입장벽이 높은 구조라는 점을 지적하며, “시장 특성을 이용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면서 담합까지 벌인 점에서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 8900만 원, 삼양사 1302억 5100만 원, 대한제당 1273억 7300만 원이다. 이번 과징금은 2010년 LPG 공급회사 담합 제재(6689억 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지만, 사업자당 평균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공정위는 제당 3사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도 내렸다. 주 위원장은 “담합 과징금의 법정 상한을 현행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민생을 침해하는 담합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재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다른 식료품군에서도 담합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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