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멈추고 신호등 꺼지고 “한국도 남 일 아니다?”…전문가들 ‘경고’

전력망 과부하에 기후 진동까지 겹쳐
정전이 남 일 아니게 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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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규모 정전 사태 / 출처 : 연합뉴스

“전기가 나가면서 지하철이 멈췄고, 신호등은 꺼졌고, 사람들은 도로 위에 멈춰 섰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이 동시에 암흑에 잠겼다. 도심 교통은 마비됐고, 공항 터미널과 철도역은 수천 명의 발이 묶이며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사건은 한국에 던지는 경고”라고 말한다.

예고 없이 찾아온 블랙아웃, 원인은 ‘복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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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규모 정전 사태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정전은 단일 원인보다 복합적인 기술·기후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페인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단 5초 만에 전국 전력 수요의 60%에 해당하는 15GW의 전력이 손실됐고, 그 여파로 프랑스와 연결된 전력망이 단절되며 스페인 자체 시스템이 붕괴했다.

포르투갈 전력회사 REN은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내놨다.

극심한 기온 차로 인한 ‘유도 대기 진동(induced atmospheric vibration)’ 현상이 초고압 송전망에 이상 진동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전력 시스템 간 동기화 실패가 발생하면서 유럽 전역에 연쇄적인 전력 교란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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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규모 정전 사태 / 출처 : 연합뉴스

29일 오전 기준 스페인 본토 전력의 99% 이상, 포르투갈 가구의 95% 이상에 전력 공급이 복구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력 마비 상태는 6천만 명이 넘는 시민을 불편에 몰아넣었고, 통신망, 교통, 병원, 공공시설이 동시에 멈춰 선 충격은 전 유럽을 놀라게 했다.

이번 사태는 정전 자체보다 ‘전력망 과부하와 관리 실패’라는 더 큰 구조적 위험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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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규모 정전 사태 / 출처 : 연합뉴스

스페인의 경우 프랑스와의 전력망 연계가 끊긴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고, 한국은 이와 달리 타국과의 연계망 없이 독자적 시스템만으로 운영된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점을 위험 요소로 지목한다.

‘수도권 병목’이 더 큰 문제 될 수 있다

한국의 송전 구조는 이미 포화 상태다. 수도권 전력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할 송전 인프라는 영남·강원 등 발전지에서 수도권으로 몰아오는 단방향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부산·울산 고리원전, 영암 한빛원전, 동해안 석탄발전소 등에서 전기를 생산해 서울로 보내는 이 구조에서, 중간 송전망이 병목 현상을 일으키면 공급이 곧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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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규모 정전 사태 /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 AI 서버, 반도체 공장, 대형 데이터센터 등 ‘전기 먹는 하마’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망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주민 반발, 환경 문제, 지자체 이견 등을 이유로 송전망 확충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응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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