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국제 신용평가사의 최상위권 평가를 유지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4월 29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무디스(Moody’s), 피치(Fitch)에 이어 올해 들어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모두 한국 신용등급과 전망을 안정적으로 확인했다. S&P는 2016년 8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한 이후 약 10년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결과를 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견고하게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조선 경쟁력이 버팀목…2029년 1인당 GDP 4.4만 달러 전망
S&P는 한국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보유하고 조선업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3~4년 동안 대부분의 고소득 국가들보다 높은 평균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P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발표 수준인 1.9%로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1.0% 대비 0.9%포인트 높은 수치다. 2026~2029년 한국 경제는 1인당 GDP 기준 연평균 2.1% 추세로 성장하고, 2029년에는 1인당 GDP가 4만 4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대외 건전성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6.6%를 기록했으며, 향후 3~4년간 GDP의 6%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말 달러·원 환율은 1463원으로 제시됐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예상됐다.
계엄 후폭풍 딛고 정치 리스크 완화…재정 건전성도 ‘양호’
S&P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다소 손상됐으나, 신속한 계엄령 철회와 선거를 통한 새로운 정부의 출범이 악영향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정책 추진 동력도 갖췄다고 봤다.
재정 측면에서는 올해 GDP 대비 일반정부 재정수지 적자를 1.4%, 내년에는 1.1% 수준으로 점진적 개선을 전망했다. 일반정부 순부채는 GDP 대비 약 9% 수준에 그칠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우발채무·에너지 불안…구조적 취약 요인은 여전
S&P는 북한 정권 붕괴 시 발생할 통일 비용을 “불확실하고 부담이 큰 우발채무”로 규정하며 한국 신용등급의 가장 큰 취약 요인으로 꼽았다. 등급 상향의 핵심 조건으로도 북한 관련 안보와 우발채무 리스크 해소를 제시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시장 불안도 올해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비금융공기업 채무가 GDP의 약 20% 수준인 가운데, 에너지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주요 에너지 공기업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S&P는 “공급원 다각화와 안정적인 석유 비축분 보유로 에너지 공급 충격에 대한 완충 여력을 갖췄다”며 반도체 등 산업 부문의 경쟁력과 재정정책이 이러한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정경제부는 피치와 무디스에 이어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모두 한국의 등급과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점이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견고하게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