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덕분에 간신히 2% 성장
내수는 OECD 최하위 기여도

“수출은 살았지만, 소비는 죽었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간신히 2.0%를 기록했지만, 이 중 내수가 차지한 기여도는 0.1%포인트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수출이 아니었다면 사실상 성장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수 기여도, 세계 최하위

23일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0% 중 내수가 차지한 기여도는 겨우 0.1%포인트였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0.5%에서 2분기 -0.1%, 3분기 0.8%로 반등했다가 4분기 다시 -0.2%로 돌아섰다.
OECD 주요 10개국 평균 내수 기여도가 1.6%포인트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압도적인 최하위였다. 인도네시아는 무려 5.5%포인트, 스페인 2.8%, 영국 2.4%를 기록했다.
독일과 프랑스조차도 0.3%포인트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그보다 낮았다.

반면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1.9%포인트로 OECD 국가 중 최고였다. 수출이 2.9%포인트를 끌어올렸고, 수입은 -1.0%포인트를 기록해 전체 GDP 성장에 실질적 기여를 한 셈이다.
고령화·부동산·부채…내수에 얽힌 구조적 덫
대한상공회의소가 같은 날 발표한 분석 결과는 한국 내수가 단기 충격보다 구조적 한계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1988~1996년 평균 9.1%였던 소비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4.5%, 카드대란 이후 3.1%, 금융위기 이후 2.4%로 하락했고, 코로나19 이후엔 1.2%까지 떨어졌다.

GDP 대비 내수 소비 비중은 2002년 56.3%에서 2021년 47.1%로 감소했다. 고령화로 인한 소비 여력 저하가 주요 원인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평균소비성향은 최근 64.6%까지 하락해 모든 세대 중 가장 낮다.
고용시장도 내수 부진에 따른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는 올해 1분기 기준 5분기 연속 감소했다.
도소매업은 특히 타격이 심했다. 취업자가 6만 명 넘게 줄었고, 배달라이더가 많은 운수·창고업도 3천 명 줄며 6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은 미국의 통상 압박과 관세 전쟁 영향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수출의 힘’으로 버텼다면, 올해는 그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AI, 소프트웨어 산업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과 고령층 소비 여력 확대 정책 병행도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지금의 부동산 위주의 내수경제 활성화가 불러온 내수 경기 침체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처럼 장기화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