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면세업계에 반전의 기회
적자에서 흑자로, 7분기 만에 반등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 필요해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던 면세업계에 반가운 변화가 찾아왔다.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라는 쓰디쓴 약을 먹은 후 업계에 숨통이 트이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환호성을 지르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면세업계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7분기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2분기 이후 계속된 손실에서 벗어나 7개 분기 만에 플러스 실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이러한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업계는 이를 ‘다이궁 손절 효과’로 분석한다.
다이궁은 중국인 보따리상을 뜻하는데, 이들과의 거래를 중단하면서 상품값의 30~40%에 달하는 막대한 판매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 효과가 고스란히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분기 매출은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비용 절감 효과가 더 커 흑자 전환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 희망퇴직과 임원 급여 20% 삭감 등 고강도 구조조정도 병행했다.
비용 절감과 시내점 정리… 활로 찾는 면세업계
롯데면세점의 이러한 움직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른 면세업체들도 유사한 자구책을 실행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임원 급여를 20% 삭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1월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산점을 과감히 폐점했다.

현대면세점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달 초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7월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하는 등 사업 효율화를 적극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업계의 자구 노력에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면세업이 저점을 통과했다”고 평가했고,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추가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시내 면세점의 폐점 또는 축소로 업계 경쟁이 완화되면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정책적 호재도 기대된다.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르면 하반기에 면세업계 ‘큰손’인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완전한 반등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희망적 징후에도 불구하고 면세업계의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물가·고환율이 지속되는 경제 환경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고, 외국인 개별 관광객 유치 마케팅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1인당 구매액은 45만 7천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7만 9천 원)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여행객은 증가하는데 면세 쇼핑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환율 상승이 지목된다. 환율이 오르면서 면세품 가격이 함께 상승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상품은 면세점보다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백재승·임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늘어나는 입국자 수에 비해 면세객수 회복이 더딘 것은 면세업이 다른 유통업태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는 내국인 면세 한도 상향과 같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상 비자 면제 정책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중국 관광객 대상 비자 면제 시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침체된 면세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