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주세요”…50년을 이어온 끈질긴 도전 끝에 ‘마침내’ 결실 맺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자주국방의 의지
55년 전 시작된 위대한 여정
세계가 인정한 한국 방산 기술력의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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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폴란드 부품 공급 계약 / 출처: 연합뉴스

“이게 진짜 가능할까?” 처음부터 가능성 있는 무기는 아니었다. 55년 전 소총 하나도 만들지 못했던 나라가, 1990년대 말 K9 자주포를 개발한 뒤로도 수출길은 멀고 험했다.

하지만 25년 넘게 기술을 갈고닦은 끝에, 결국 그 진가가 드러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후타 스탈로바 볼라'(HSW)와 약 4천26억 원 규모의 자주포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납품되는 부품은 크라프(KRAB) 자주포 차체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이는 한화의 대표 무기체계인 K9 자주포의 차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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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폴란드 부품 공급 계약 / 출처: 연합뉴스

이는 단지 ‘수출 계약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0년, 정확히는 50년을 이어온 한국 방산의 끈질긴 도전과 진화가 만든 결과다.

반세기 전, 소총 하나 없던 나라의 결심

지금은 글로벌 방산 강국이라 불리지만, 1970년대 초 한국은 북한보다 화력에서 훨씬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북한은 탱크와 포까지 자체 생산하던 반면, 한국은 소총 한 자루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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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폴란드 부품 공급 계약 / 출처: 연합뉴스

1970년대 초, 미군 제7사단 철수와 북한의 연이은 도발 속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선언했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무기를 만들자는 결단이었다. 그가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며 시작한 ‘번개사업’은 예비군 20개 사단을 무장시키기 위한 병기 개발 프로젝트였다.

그 이후 중화학공업과 방산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며 한국은 ‘병기 수입국’에서 ‘개발국’으로 전환하게 된다.

“말로만 듣던 K9”, 그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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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폴란드 부품 공급 계약 / 출처: 연합뉴스

K9 자주포는 이 같은 국산화 노력의 결정판이다. 1989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념 연구를 시작하고, 삼성정밀공업(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개발에 뛰어들었다.

약 100개 업체가 참여한 이 사업은 한국 국방 기술력을 총 집약해 10년 걸친 노력 끝에 1999년 전력화에 성공했다.

이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핵심 기술인 유기압 현수장치부터 탄약 이송 시스템까지, 수차례 설계 변경과 반복된 실패를 겪었다.

화재 사고로 인한 순직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1998년, 합참으로부터 ‘전투사용 가능’ 판정을 받으며 기술력의 우위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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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폴란드 부품 공급 계약 / 출처: 연합뉴스

이 자주포는 단지 국산이라는 의미를 넘어, 최대 사거리 40km, 분당 6발 발사 속도, 신속한 진지 이동이 가능한 ‘Shoot & Scoot’ 개념을 구현하며 세계에서도 인정받았다.

수출 잭팟의 배경, 선견지명과 집요함

K9 자주포는 단기간에 유럽 각국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터키, 핀란드, 노르웨이, 호주에 이어 폴란드와의 연이은 수출 계약은 한국 방산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중심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있다. 이 기업은 삼성그룹에서 한화로 넘어온 후에도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K9A1을 비롯한 차세대 자주포 개발까지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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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폴란드 부품 공급 계약 / 출처: 연합뉴스

특히 이번 폴란드 계약은 단순히 무기를 파는 수준을 넘어, 현지 업체와의 부품 협력까지 포함된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손재일 대표는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은 유럽 블록 내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중소 방산업체와의 동반 성장도 강조했다.

다음은 바다다, 한화의 ‘오르카 프로젝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회사인 한화오션과 함께 폴란드 해군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에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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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폴란드 부품 공급 계약 / 출처: 뉴스1

약 8조 원 규모의 이 사업은 함정과 통합 시스템까지 포함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늘과 육지를 넘어 이제는 바다까지, K9의 성공 경험을 해상 플랫폼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다.

한국 방산의 선견지명은 기술 개발에만 있지 않다. 50여 년 전 한발 늦은 출발에서 시작해,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중심에 선 그 뚝심과 의지가 진짜 경쟁력이다. 결국, “말로만 듣던 선견지명”은 지금의 K9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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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드럼통 뚜껑에 끼우는 고무바킹도 못난들어 비가오면 드럼통으로 물이 들어가 엔진도 망가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