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가입자 55만 명 이탈, 실수요자들 ‘등 돌리기’ 심각
고분양가·금리 부담에 1순위 청약자 57만 명 급감해
강남3구에만 청약 쏠림… 지방 미분양 적체 ‘양극화’ 심화

“청약통장이 있어야 ‘내 집 마련’의 희망이라도 있는 거 아닌가요?” 한때 ‘로또 청약’이라 불리며 수천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던 청약통장이 무너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대탈출’… 1순위 청약통장 57만 좌 증발
한국부동산원이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전국의 청약통장 수는 2648만 5223좌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2월 대비 55만 3771좌가 감소한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실수요자들이 주로 보유한 1순위 청약통장이 57만 3760좌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2순위 청약통장은 약 2만 좌 증가했다. 정부가 내놓은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 등 각종 혜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는 1순위 감소폭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로 주택도시기금 운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청약통장은 기금의 주요 재원인데, 운용 잔액이 2022년 3분기 41 조2021억 원에서 2023년 3분기 21조 9021억 원으로 급감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청약통장 금리를 세 차례나 인상했지만, 해지 행렬을 막지 못하고 있다.

‘로또 청약’과 ‘무용지물’ 사이… 양극화 심화
더욱 심각한 것은 청약시장의 양극화다. 지난해 서울 1순위 청약자의 71%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아파트 청약에 집중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만 8644가구에 달했다.

이는 2020년 7월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80%에 육박하는 1만 4802채가 지방에 집중되어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당첨이 되더라도 프리미엄이 붙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강남3구와 같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들은 당첨 확률이 매우 낮아 차라리 통장을 해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줍줍’ 제도 손본다… 무주택자 우선에 위장전입 단속 강화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무순위 청약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유주택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거주지역도 제한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되, 위장전입을 막기 위해 병원·약국 이용기록까지 확인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청약제도 개편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과 함께, 부담 가능한 수준의 분양가 책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약통장 해지 행렬을 멈추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