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보다 10억 원 더 주고 낙찰
토지규제 피하려는 수요 몰려
서울 전역 낙찰가율 100% 넘어

“강남 대치동 아파트는 감정가보다 10억 이상 높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경매장이 일반 매매시장보다 더 뜨겁습니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일반 매매시장보다 더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감정가 훌쩍 넘어 낙찰… 경매장 열기 ‘후끈’

18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아파트 경매 중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넘는 사례가 24건에 달했다.
이는 1~5월 월평균 25.4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 달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월평균에 육박하는 수치다.특히 강남권 인기 아파트의 낙찰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106㎡)은 감정가 31억 5천만 원보다 무려 10억 6천만 원 이상 높은 42억 1천533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매각가율이 133.8%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강남권의 다른 인기 지역으로도 확산되었다.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84㎡)는 감정가보다 4억 4천600만 원 높은 24억 700만 원(매각가율 122.8%)에 낙찰됐으며, 송파구 신천동 롯데캐슬골드(166㎡)도 감정가보다 5억 원 이상 비싼 30억 1천만 원(120.9%)에 손바뀜됐다.

강남권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
이러한 과열 현상은 강남권에만 국한되지 않고 서울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동작구 대방동 성원 아파트(84㎡)는 감정가보다 8천만 원 높은 13억 310만 원(106.8%)에 거래됐으며, 동대문구 휘경동 브라운스톤휘경(59㎡)도 감정가보다 1천400만 원 높은 7억 6천200만 원(101.9%)에 낙찰됐다.
직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각가율은 96.5%로, 2022년 6월(103.0%)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치구별로는 마포구(113.7%), 성동구(108.5%), 중구(108.4%), 영등포구(107.2%) 등에서도 감정가를 넘는 낙찰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규제 회피와 시세 차익 노린 전략적 접근
경매시장이 이처럼 과열되는 데는 명확한 원인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에 따른 규제 회피 수요다.
강남3 구와 용산구 등 주요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 매매 시 실거주 의무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 규제가 강화됐다.

그러나 경매로 낙찰받을 경우 이러한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실수요자들 역시 이런 경매 열기에 가세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가격 급등, 대형 아파트의 희소성, 전반적인 공급 부족 상황에서 경매는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의 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최근 대선으로 새 대통령이 선출되며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금리 변화, 공급 확대 여부,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정책 변수들이 시장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며 움직이는 신중한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