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문 닫나 했는데 “우리 딸이 살렸어요”… 뜻밖의 상황에 ‘화제’

벼랑 끝 자영업자들에게 찾아온 반전
SNS로 자녀들이 부모 가게 홍보 나서
‘자영업자 구조 지도’ 1000여 업체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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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구조 지도 등장 / 출처: 연합뉴스

“따님 글 보고 방문했어요.” 한 손님이 편지를 남기고 간 후, 서울 용산구 우동집 주인은 알바생과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고물가에도 우동 한 그릇 6,000원을 지키려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던 어머니의 가게를 딸이 SNS에 홍보한 결과였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 뜻밖의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SNS에서 시작된 ‘자영업자 구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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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구조 지도 등장 / 출처: 뉴스1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한 작은 움직임이 전국적인 ‘부모님 가게 살리기’ 운동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 여성이 X(옛 트위터)에 “저희 어무니 가게예요. 도와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수원시 팔달구의 생선구이 전문점 주소를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 게시물은 8일 오전 기준 1만 6,890회 조회되고 2만 8,000번 재게시되었다.

이에 영감을 받은 자녀들이 부모님의 식당, 카페, 사업체를 홍보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면서 ‘자영업자 구조 지도’까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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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구조 지도 등장 / 출처: 연합뉴스

현재 이 지도에는 1,000개가 넘는 음식점과 네일샵, 화장품 가게, 동물병원, 꽃집, 미용실이 등록된 상태다.

김예지 씨(가명·29)는 지난달 31일 부모님이 운영하는 천연 화장품 업체 ‘리즈코코’를 홍보하는 글을 X에 올렸다.

아버지가 퇴직 후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코로나19와 최근 탄핵 정국을 거치며 심화된 경기 불황을 이겨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글을 올린 다음 날인 4월 1일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루 한 자리 수였던 주문이 3일 만에 3,000건을 넘어섰다. 기존 단골들도 ‘정말 잘 쓰고 있다’며 홍보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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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구조 지도 등장 / 출처: 뉴스1

김 씨는 “글을 올리고 나서 아버지가 몇 시간 사이 얼마나 주문이 더 들어왔는지 말씀해 주셨는데 새벽엔 신규 주문이 70건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오전 9시엔 170건, 9시 30분엔 293건으로 계속 늘었다”고 전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 심각한 경영난

이처럼 자녀들의 SNS 홍보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준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올해 1월 1만 2,633건, 2월 1만 477건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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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구조 지도 등장 / 출처: 연합뉴스

2월에 폐업 공제금 지급이 1만 건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제금 지급 액수는 1월 1,959억 원, 2월 1,434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심각한 경영 위기 속에서 자영업자 자녀들의 SNS 홍보는 마지막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익명 이용자가 대다수인 X에서 신상 노출을 감수하고 부모님의 업장을 공개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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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구조 지도 등장 / 출처: 뉴스1

“이제 좀 나아질까요”… 경기 회복에 대한 소망

그럼에도 최근 정국 변화로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면서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꽃집 점원은 “꽃은 좋은 일이 많아야 잘 팔리는데, 사회 분위기가 안정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자영업자들은 당장의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평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사람들이 큰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 혼란스러운 싸움을 끝내고 빨리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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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자영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을 도와달라는 자녀들만의 이야기로 끝나선 안 된다”며 “민생이 어려워지면서 이런 선한 참여가 이뤄지는 것인데, 정부도 자영업자들을 홀로 두지 말고 함께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SNS에서 시작된 자녀들의 부모 가게 홍보 운동은 일시적인 매출 증가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자영업자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경기 회복과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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