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설 연휴가 끝나고 증권가가 일제히 투자 비중 확대 의견을 쏟아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자동차, 레저, 조선 등 5대 업종에서 구체적인 목표가 상향과 함께 ‘적극 매수’ 신호가 포착됐다.
주목할 점은 단순 추천을 넘어 ‘2026년 2분기 메모리 반도체 평균판매단가(ASP)가 20% 중후반에서 3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구체적 수치가 제시됐다는 점이다. 이는 노무라가 지난 2월 14일 삼성전자 목표가를 29만원, SK하이닉스를 156만원으로 상향하며 “메모리 제왕의 시대”로 평가한 직후 나온 분석이다.
반도체: ‘선주문 완판’ 체제로 전환된 슈퍼사이클
다올투자증권 고영민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가격 협상 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메모리 ASP 상승률이 20% 중후반~3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이 같은 낙관론의 근거는 명확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25조2000억원으로 전분기(19조2000억원) 대비 31%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1분기 29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며, 모건스탠리는 두 회사의 2027년 영업이익이 애플과 엔비디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핵심은 시장 구조의 질적 변화다. 과거 “재고 기반 판매” 체제에서 “선주문 후 생산” 모델로 전환되면서 2026년까지 전체 메모리 물량이 사전 주문으로 완판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Rubin)’용 HBM4 물량의 70%를 이미 확보해 HBM 시장 점유율 57%를 유지 중이다.
다각화 전략: 바이오부터 조선까지
상상인증권은 제약·바이오에 주목했다. 이달미 연구원은 “코스닥 시가총액의 33.4%를 차지하는 바이오 부문이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연기금 투자 확대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자동차주를 ‘이제는 로봇주’로 재평가했다. 김진석 연구원은 “1월 판매 물량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미국 시장 점유율 상승과 자율주행·로보틱스 신사업 전개가 증익 사이클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중국 춘제(2월 15~23일)를 앞두고 레저 종목 비중 확대를 제안했다. 지인해 연구위원은 “1월 외국인 카지노 지표 호조와 중국인 방한 비자 수요 급증으로 한일령 반사 수혜가 본격화될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SK증권은 조선업에 집중했다. 한승한 연구원은 “2029~2030년 인도 슬롯 액화천연가스 운반선(LNGC) 수주 선가가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높고, 국내 조선 3사의 이익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공통 메시지와 변수
증권가의 공통된 분석은 “이익 가시성 향상”이다. 삼성증권 이종욱 테크팀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며, 삼성전자의 HBM 사업 부진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맥쿼리는 SK하이닉스를 목표가 140만원으로 설정하며 ‘최우수 종목’ 리스트에 편입했다.
다만 환율 변동성과 2분기 이후 실적 반영 여부는 변수로 지목된다. 원화 약세 시 달러 기준 실적이 위축될 수 있으며, 현재의 낙관적 전망이 실제 숫자로 증명되지 않을 경우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무라는 “칩플레이션(Chipflation)” 가능성을 언급하며 범용 D램 가격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현재의 주가 조정은 “장기 상승을 위한 건전한 흐름”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