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차세대 배터리의 최종 병기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의 첫 적용처를 전기차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전환했다.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인터배터리 2026’에서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처음 공개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전략적 선택을 선보인다.
삼성SDI는 당초 전기차용 각형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왔으나, 최근 급부상한 휴머노이드 로봇과 항공시스템 등 피지컬 AI 시장을 겨냥해 폼팩터를 다변화했다. 9일 발표에 따르면 제한적 공간에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 성능이 요구되는 피지컬 AI 특성상 파우치형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현재 최종 검증 단계를 진행 중이다.
전기차보다 2배 비싼 ‘황금 시장’ 노린다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고마진 틈새시장 선점 의도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로봇·드론용 배터리는 kWh당 600~800달러에 거래되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대비 2배 이상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삼원계·LFP는 소재 측면에서 용량 상향에 한계가 있어 셀 에너지밀도를 더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고체는 500Wh/kg 이상의 에너지 밀도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67% 향상된 성능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고체 배터리는 가연성 유기전해액 대신 난연성 무기계 고체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고, 부피 기준 에너지 밀도도 900Wh/L로 현재 양산 제품보다 40% 높다. 수명도 LFP 양극의 400~500사이클에 비해 1,000사이클 이상 가능해 로봇처럼 고강도로 작동하는 기기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도요타와 1년 격차, BMW와는 ‘협공’ 체제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삼성SDI는 선두 자리를 노린다. 도요타가 2027~2028년 전고체 탑재 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양산으로 1년가량 앞선 일정을 제시했다. 국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2년 격차를 벌릴 전망이다.
삼성SDI는 2025년 10월 독일 BMW, 미국 솔리드파워와 3자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완성차와의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황 양극을 적용해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한 단계 높은 에너지 용량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안전성, 에너지밀도,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적자 딛고 ‘실적 반등’ 신호탄
전고체 배터리 공개는 삼성SDI의 실적 회복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2025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삼성SDI는 올해 ESS(에너지저장장치) 매출을 전년 대비 50% 증가시키고 하반기 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 이후 실적 견인의 핵심 모멘텀으로 설정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전용 배터리 ‘U8A1’도 함께 선보인다. 인터배터리 2026 어워즈를 수상한 이 제품은 에너지 밀도 700Wh/L로 공간 효율을 33% 높여 데이터센터의 전력 안정성을 강화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고품질 배터리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전고체 배터리 투자와 산업 판단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2027년 양산 원년을 앞두고 설비투자 공시, 파일럿 플랜트 가동, 시제품 검증이 집중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 시장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되며,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은 2029~2030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