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7만 장 생산으로 하이닉스 추월
구글 TPU 60% 공급으로 판 뒤집어
2026년 시장 점유율 30% 돌파 전망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 생산능력에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뒤집고 있다.
월 17만 장 vs 16만 장, 1만 장 격차가 만든 역전극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생산량은 최근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7만 장까지 확대되며 SK하이닉스의 16만 장을 넘어섰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의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이 1년 6개월 만에 가시적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겨우 1만 장 차이처럼 보이지만 이는 연간 12만 장, 금액으로 환산하면 조 단위 매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결정적 격차다. 삼성전자는 그간 월 15만 장 수준에 머물며 경쟁사에 소폭 열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전 부회장은 취임 두 달 만인 지난해 7월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직속으로 어드밴스드패키징 사업팀을 재편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고질적인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a 공정 D램의 전면 재설계를 결정했고, 이는 올 9월 엔비디아 HBM3E 공급 성공으로 결실을 맺었다.
구글 TPU 시장 60% 장악

삼성전자의 반격은 엔비디아를 넘어 구글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구글의 텐서처리장치용 HBM 공급에서 삼성전자가 6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연간 공급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은 반도체 설계 파트너인 브로드컴을 통해 TPU를 조달하는데,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주 공급사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1a D램 재설계로 HBM3E 발열 문제를 해결하면서 하반기 상황이 급반전했다.
구글이 최근 공개한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3의 학습에 사용되는 TPU는 하나당 6~8개의 HBM을 탑재하며, 엔비디아 GPU와 달리 구글 자체 설계로 삼성전자의 IDM 역량과 궁합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를 구글 TPU 수혜의 최선호주로 꼽으며 메모리 공급 확대, 선단 공정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 제미나이 AI에 따른 갤럭시 판매 증가 등으로 수혜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HBM4 전쟁, IDM vs TSMC 동맹 구도로

단순 생산량 경쟁을 넘어 기술 패권 다툼은 차세대 제품인 HBM4로 급격히 옮겨붙는 모양새다. HBM4부터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커스텀 HBM 시대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와 원팀 동맹을 맺고 HBM4의 핵심 부품인 베이스 다이 생산 공정에 TSMC의 로직 공정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의 강점을 극대화한 턴키 솔루션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나의 공장 안에서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어 공정 효율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차세대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한 단계로 조만간 유의미한 품질 인증 결과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 측은 “최근 외국계 증권사 IR에서 HBM4 재설계설에 대해 수율, 재설계, 인증 지연 이슈는 없다”며 “올 4분기 웨이퍼 투입을 본격화하고 내년 2분기 말부터 의미 있는 생산량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메모리 황금기, 시장 규모 235조 원 전망

업계는 HBM 시장 파이가 급격히 커지고 있어 양 사 모두에 기회라고 평가한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메모리 업계 매출은 1천700억 달러로 지난해 980억 달러에서 2년 만에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엔비디아 GPU 공급 대기가 길어지자 구글 TPU 등 자체 칩으로 눈을 돌리는 빅테크가 늘고 있는데 HBM 수요처가 다변화하는 것은 IDM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에 좀 더 유리한 국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BM은 일반 D램보다 가격이 3~5배 비싼 고부가 제품으로, 전체 D램 시장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에서 올해 20%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D램 범용 제품 7년 2개월 만에 최고치 경신

한편 PC용 D램 범용 제품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가 전달보다 15.7% 오른 8.1달러를 기록하며 2018년 9월 이후 7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레노버는 메모리칩 비축량을 평소보다 50% 늘렸고, 삼성전자, 오포, 비보 등은 보급형 모델의 출고가를 최근 10% 가량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김형태 수석연구원은 “2026년은 본격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 사이클이 가속화되는 구간”이라며 “메모리 공급사로 주도권이 이동하면서 계약가격 인상, 장기 계약 구조, HBM 물량 확정 등이 내년 1분기부터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