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 만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삼성전자의 심상치 않은 조짐, 무슨 일이

1년 7개월 도전 끝에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성공
HBM 시장 지각변동 예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보낸 한 통의 서신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삼성전자가 그토록 염원했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황 CEO는 최근 이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최신 AI 가속기 GB300에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12단을 공식 탑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양사는 현재 구체적인 공급 물량과 가격, 납품 일정을 놓고 최종 조율에 들어간 상태다.

칠전팔기 끝에 맺어진 결실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도전기는 험난한 여정 그 자체였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 GTC 2024에서 황 CEO가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에 ‘젠슨이 승인했다’는 서명을 남기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품질 검사에서 연달아 탈락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급기야 올해 1월 CES2025에서 황 CEO가 ‘HBM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공개 언급하며 삼성전자에게는 굴욕적인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때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섰다. ‘독한 삼성’ 주문과 함께 전면적인 재설계 작업이 시작됐고, 올 상반기 새롭게 제작된 샘플이 엔비디아에 전달됐다. 그리고 마침내 품질 테스트 통과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직접 세일즈가 통한 것으로 보인다”며 “8월 미국 출장에서 황 CEO와 직접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이 결실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측은 또한 엔비디아 GPU 5만장 구매 의사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양사 간 협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3분기 실적 훨훨, 10조 클럽 복귀 전망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소식은 곧바로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83조 7376억원, 영업이익 9조 85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증권사는 더욱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액 87조 8000억원, 영업이익 10조 4000억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조 6761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급격한 회복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AI가 촉발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면서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갤럭시 Z폴드7과 플립7의 선전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국내 사전판매에서 역대 폴더블폰 최고 기록인 104만대를 달성했고, 미국 시장에서도 전작 대비 50%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은 단순한 납품을 넘어,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최근 HBM이 6세대 HBM4로 전환되는 시점인 만큼 HBM3E의 공급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가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급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현재 품질 테스트 중인 HBM4의 승인 일정 역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