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폰에 AI 깔리자, 매달 ‘거액 지급’
구글, 검색 지배력 강화 전략 시동
독점 소송 중에도 ‘거래는 계속’

“삼성폰에 제미나이를 탑재하기 위해, 우리는 매달 거액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에 선 구글 임원의 이 증언은, 삼성전자가 단순한 하드웨어 기업을 넘어 ‘AI 시대 플랫폼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글은 갤럭시폰에 자사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하는 대가로 삼성에 막대한 금액을 정기 지급하고 있으며, 이 계약은 향후 최소 2년 이상 이어질 예정이다.
“기기마다 월 지급”…AI 탑재 계약 공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는 구글의 인터넷 검색 시장 독점 혐의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피터 피츠제럴드 구글 플랫폼 및 기기 파트너십 부사장은 구글이 올해 1월부터 삼성 기기에 제미나이 AI를 탑재하고 있으며, 기기 1대당 매달 고정적인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미나이 앱 내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의 일부도 삼성에 분배된다”며, 이 협약은 2028년까지 연장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법무부 측은 ‘매월 거액(enormous sum)’이라는 표현으로 표현했다.

문제는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닌 구글의 시장 지배력 확대라는 점이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AI 제휴를 넘어, 구글이 자사 검색 생태계를 AI를 통해 더욱 공고히 하려는 시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법무부 측은 “AI는 기존 검색 엔진보다 더 개인화된 정보 제공이 가능해, 오히려 시장 장악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 ‘생산자’에서 ‘플랫폼 협상자’로
이처럼 구글이 삼성과의 제미나이 협력에 막대한 금액을 들이고 있다는 점은 삼성의 전략적 위상을 다시금 입증하는 대목이다.

최근 삼성은 구글 클라우드와 협력해 생성형 AI를 탑재한 홈로봇 ‘볼리(Ballie)’를 선보이는 등 AI 주도권 경쟁에서 단순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플랫폼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9.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탈환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높은 보급률과 이용자 기반이 ‘협상의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구글이 이 같은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법적, 윤리적 비판이 뒤따른다.
이미 ‘검색 기본 탑재’ 계약은 미국 법원에서 두 차례나 위법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형태의 ‘AI 탑재 계약’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구글과 삼성의 협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위상에 다시금 사람들의 주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