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업계의 회복세가 멈춰 서면서 지난 1년간 상승하던 메모리 D램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전환되었다는 소식이 업계 안팎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가격 변동은 시장이 다시 침체기, 즉 다운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다만 이번 가격 하락이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지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PC용 범용 메모리 제품인 DDR4 8Gb 1Gx8의 지난 8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이 전월 대비 2.38% 하락한 2.0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D램 가격이 올해 5월부터 7월까지는 2.1달러로 보합세를 유지한 후, 최근 하락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D램 현물 가격의 추세를 반영하는 선행 지표도 지난해 9월 이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D램 시장, 소폭 가격 하락…연고점 대비 내림세 관찰
D램익스체인지의 자료에 따르면, 범용 D램 제품인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이 지난 6일 기준으로 1.97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월 24일 연고점인 2달러 대비 1.5% 하락한 수치다.
용량이 더 큰 ‘DDR4 16Gb 2666’ 제품의 가격도 지난 7월 23일의 연중 최고가 3.875달러에서 6일 3.814달러로 1.6% 떨어졌다.

D램 현물 가격은 대리점을 통한 일시적 거래로 설정되며, 이는 보통 4∼6개월 후 기업 간 거래인 고정 거래 가격에 수렴하게 된다. 이러한 일일 가격의 등락은 시장의 매매 심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최근 D램 가격 하락 배경을 두고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들이 2분기에 공격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재고 압박이 가중됐다”며 “전반적인 수요 침체와 맞물려 판매 실적이 부진해 PC D램 조달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8월 하순에 D램 공급사들이 낮은 계약 가격에 칩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작년 4분기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뒤집혔고, 월간 거래량도 상당히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다운사이클 진입 우려와 AI 분야의 ‘거품론’으로 투자 심리 악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방 IT 수요의 부진이 반도체 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D램 가격은 2022년 2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지속적인 하락세였다.

그러다 공급 업체들의 감산 조치와 재고 소진이 맞물리면서 작년 9월부터 D램 가격 점차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인공지능(AI) 산업과 관련된 새로운 메모리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고, 업계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대한 ‘거품론’이 등장하면서 반도체 투자 심리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고점을 준비하다'(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내면서 시장의 우려가 심화됐다.
모건스탠리는 “AI를 둘러싼 흥분 속에서 반도체와 테크 하드웨어의 경기 순환적(시클리컬) 특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 의견 엇갈려
최근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이 다운사이클로 진입했다는 해석은 섣부르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업사이클, 즉 호황기가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연구원 김영건은 최근의 메모리 가격 동향에 대해 “수요처의 부품 재고 비축이 일단락되며 나타난 단기 가격 정체기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세트 수요가 급격히 부진하지 않는 한, 이러한 정체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수적 설비투자 기조 지속으로 공급량 증대도 제한적”이라며 “가격 추세는 반락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톤 다운’이며, 올해 4분기에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