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인데 “이제 거기서 만든 건 안 사요”… 美 폭탄선언에 ‘발칵’

전남 염전 소금 수입 중단
“노동력 착취” 미국 첫 강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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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 소금 수입 중단 / 출처 : 연합뉴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은 미국 땅을 밟을 수 없다.”

미국 정부가 국내 최대 염전인 전남 신안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 수입을 전면 보류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 근거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른 ‘강제노동’ 의혹이다.

문제의 태평염전은 연간 약 7톤의 천일염을 미국으로 수출해 왔다. 비중으로는 미미할 수 있지만, 이번 조치가 갖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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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 소금 수입 중단 / 출처 : 연합뉴스

단순한 수입 중단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인권 리스크’가 부각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태평염전에서 강제노동 사용 정황이 확인됐다”며 “전미 항구에서 해당 제품을 즉시 압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BP가 언급한 위반 사항은 가볍지 않다. 이동 제한, 신분증 압수, 사기, 협박, 과도한 초과근무, 임금 체불 등 ILO가 규정한 11가지 강제노동 지표 중 상당수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2022년 11월,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미국 정부에 정식 청원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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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 소금 수입 중단 / 출처 : 연합뉴스

당시 어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한국산 천일염 중 일부는 구조적인 강제노동 환경에서 생산된다”며 수입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수년 전 사건인데…” 전남도 당혹

이번 발표가 나오자 전라남도와 해당 지역 주민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전남도는 2021년 발생한 ‘염전 노예’ 사건 이후 90개 이상의 염전을 전수조사하고, 인권 교육과 현장 점검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때 ‘염전 노예’ 사건이란, 2021년 전남 신안의 일부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을 장기간 임금 없이 강제로 일을 시키며 학대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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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 소금 수입 중단 /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태평염전은 천일염 생산의 약 6%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단일염전이다.

염전 부지는 개별 생산자에게 위탁 운영되며, 해당 제품은 대형 유통사를 통해 연간 약 1억 원어치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전남도는 CBP가 요구하는 ‘강제노동 무관 증명’ 절차를 통해 수입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측의 조치가 완전한 수출 금지보다는 ‘검증 전 보류’ 수준인 만큼, 오해를 해소하면 되돌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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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 소금 수입 중단 / 출처 : 뉴스1

이번 CBP 조치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단일기업 제재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대한 인권 점검’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제무대에서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지만, 한 번 금이 가면 회복에는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인권 이슈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무역의 기준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 기업과 정부 모두, 그 사실을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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