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 확대 후 거래량 급감
두 달 만에 거래량 회복세로 돌아서
강남 신고가 속출… 규제 재등장할까

거래 규제로 얼어붙을 것 같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예상과 달리 빠른 속도로 온기를 되찾고 있다.
강남을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경기침체에도 활력을 되찾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강남권 거래 급증, 신고가 행진
서울 부동산 시장이 거래 규제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역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한 후 급감했던 아파트 거래가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5,478건으로 4월(5,368건)보다 증가했다. 신고 기한이 한 달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거래량은 7천 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토허제 지정 지역인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거래가 일제히 증가세로 돌아섰다.
강남구는 5월 153건으로 4월(108건)보다 42% 증가했으며, 서초구는 49건에서 9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송파와 용산도 비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는 지난달 56억 5천만 원에 거래돼 토허제 확대 전인 2월(47억 9천만 원)보다 10억 원 가까이 오른 신고가를 기록했다.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마포·성동구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가 촉발한 매수심리
이처럼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상승하는 현상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부동산이 투자상품화되면서 금리 등 금융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났고, 이는 주택 시장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임박한 대출 규제가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대출이 타이트해지고 내년엔 공급 물량마저 줄어들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지금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역 간 양극화도 주요 원인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8% 상승한 반면, 전국 평균은 0.29% 하락했다.
전문가들 “시장 과열 시 규제 카드 다시 등장할 수도”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시장 과열 시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은 “집값 상승세가 강해지고, 거래량이 급증하며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면 정부가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나 세제 규제 등의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은 실수요뿐 아니라 외부 유입 수요가 많아 공급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며 “통화량 관리, 대출 관리와 함께 공급 계획을 조속히 실행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으로 경제 흐름을 반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금융 변수와 심리적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단기적 규제보다 중장기적 관점의 정책 일관성과 시장 참여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