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가격이 왜 이러죠”…마트 갔다 결국 폭발한 사람들

한 끼 식사 이젠 사치품
국민 음식 10년 새 최대 67% 상승
최저임금·원가 폭등이 주범
서민 음식
라면 가격 인상 / 출처: 연합뉴스

“라면도 2천 원이 넘는다니 정말 살기 힘들어졌네요.” 강서구의 한 마트에서 만난 김 모(47) 씨는 라면 코너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평소 즐겨 먹던 라면 제품의 가격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천 원 초반대였던 제품이 이제는 1천700원을 넘었다.

김 씨는 “편의점 김밥이나 집에서 해 먹는 방법을 더 찾게 된다”며 “이대로라면 외식은 점점 더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민들의 식탁을 책임지던 ‘국민 음식’들이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더 이상 ‘서민 음식’이라 부르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서민 음식
라면 가격 인상 / 출처: 연합뉴스

2천 원 넘는 라면, 더 이상 ‘저렴한 한 끼’가 아니다

8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주요 라면 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2천 원에 육박하는 라면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농심은 탄핵정국이던 지난 3월 라면업계에서 가장 먼저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이에 따라 오뚜기와 팔도도 한 달 사이에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농심 신라면 한 봉지는 편의점에서 1천 원이지만, 신라면 더레드는 1천500원, 신라면 블랙은 1천900원으로 일반 신라면보다 최대 두 배에 육박한다.

서민 음식
라면 가격 인상 / 출처: 연합뉴스

용기면의 경우 가격 상승이 더욱 두드러진다. 신라면건면 대컵은 200원 올라 1천800원이 됐으며, 신라면툼바, 신라면블랙, 신라면더레드 용기면도 모두 1천800원이다.

오뚜기 제품 역시 참깨라면 대컵, 스낵면 대컵이 1천700원에서 1천800원으로 올랐다. 진짬뽕 대컵, 열튀김우동 대컵 등 인기 제품은 가격이 2천 원으로 책정됐다.

일부 프리미엄 라인은 더욱 고가로, 마슐랭 마라샹궈는 2천300원, 빅컵누들은 2천500원으로 2천 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라면은 1년 전보다 6.2%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의 세 배 이상을 기록했다.

서민 음식
라면 가격 인상 / 출처: 연합뉴스

김밥과 햄버거도 10년 새 가격 60% 이상 급등

라면뿐만 아니라 다른 서민 음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밥과 햄버거 역시 10년 새 가격이 크게 올랐다.

대표적인 서민 외식 브랜드인 김밥천국의 주요 메뉴 가격은 2014년 대비 약 66.67%의 인상률을 보였다.

원조김밥이 1500원에서 3000원으로 2배 올랐고, 라면(80%), 등심돈까스(78%), 참치김밥(60%), 김치찌개(56%) 등의 가격 인상폭이 컸다.

서민 음식
라면 가격 인상 / 출처: 연합뉴스

이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8개 외식 메뉴의 평균 가격 상승률 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상기후로 인한 김 원초 수급 불안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패스트푸드점도 예외가 아니다. 맥도날드는 같은 기간 주요 메뉴 가격을 51.9% 인상했다.

인건비 상승과 원재료비 폭등의 이중고

이처럼 서민 음식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민 음식
라면 가격 인상 / 출처: 연합뉴스

최저임금이 2014년 5210원에서 지난해 9860원으로 89.3% 올랐고, 이상기후와 공급망 문제로 원재료 가격마저 상승했다.

특히 김밥의 주재료인 김은 지난해에만 59% 올라 일부 김밥천국 점포에서는 김밥 판매를 중단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최우성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서민 소비재인 라면은 가격 인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기업들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서민 음식’은 이제 서민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어가고 있다. 한때 ‘국민 음식’이라 불리던 라면, 김밥, 햄버거가 더 이상 서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음식이 아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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