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활짝’ 웃는데… 주말에도 집 나가는 “아빠들은 웁니다”

“당일 배송” 그 이상을 원할 때
주7일 배송의 시작, ‘슈팅배송’
편리함 뒤엔 묵직한 노동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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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7일 배송의 이면 / 출처 : 연합뉴스

“일요일에도 택배가 온다니 편리하긴 한데, 그 뒤에 누가 쉬지 못하고 일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이제 일요일에도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빠른 배송의 편리함 뒤에는 쉴 틈 없는 택배기사들의 노동이 숨겨져 있다.

11번가는 22일, 주말 당일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의 전국 확대를 발표했다.

‘슈팅배송’은 11번가가 도입한 주7일 택배 시스템으로, 토요일 자정 전까지 주문하면 일요일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 수도권에서만 운영되던 해당 서비스는 이번 확장을 통해 전국 어디서든 주말 배송이 가능해졌다.

CJ대한통운 역시 지난 1월부터 ‘매일 오네’ 시스템을 통해 주7일 배송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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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7일 배송의 이면 / 출처 : 뉴스1

특히 어린이날이 포함된 황금연휴에도 배송을 멈추지 않고, CJ온스타일과 협업해 홈쇼핑 방송 80%에 당일 또는 익일배송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배송 속도’가 곧 ‘경쟁력’인 만큼, 일요일 배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쉬지 않는 배송, 쉴 틈 없는 기사들

문제는 이 속도 경쟁의 부담이 배송 기사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에게는 주5일 근무제를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는 주말과 휴일에도 업무를 맡을 사람이 부족해 기존 기사들이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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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7일 배송의 이면 / 출처 : 연합뉴스

CJ대한통운은 전국택배노조와 열 차례 협상을 거쳐 주7일 배송과 주5일 근무를 병행하는 기본협약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 충원 없이 근무일만 늘어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일부 기사는 과도한 노동 부담으로 건강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진택배노조는 지난 14일 “휴일 배송이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며 쟁의행위에 돌입하기도 했다.

더 빠른 배송이 ‘더 나은 서비스’일까

배송업계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지만, 인력과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물량이 적은 읍·면 지역에서는 택배기사가 더 넓은 지역을 책임져야 하고, 이는 피로 누적과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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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7일 배송의 이면 / 출처 : 뉴스1

주7일 배송은 당장은 고객 만족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과 운영비 증가로 인해 비용 전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주7일 배송을 위해서는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기사들의 휴식권과 근무 환경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의 속도가 모두를 위한 선택이 되려면, 그 뒤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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