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시작에 한국이 있었다?”… 글로벌 CEO와 ’20년 전’ 인연, 대체 뭐길래

젠슨 황 CEO 방한 화제
20년 전 ‘용산 전자상가’ 방문
K-e스포츠가 GPU 혁신의 발판

최근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수장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와 한국의 20년이 넘는 특별한 인연이 재조명되면서 과거 용산 전자상가가 엔비디아 성장의 숨은 무대였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젠슨 황의 젊은 시절, 용산 전자상가에 있었다

젠슨 황 CEO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여 지난 10월 30일 열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회고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첫 시장은 PC 게임이었고, 한국은 e스포츠라는 새로운 혁명의 중심지였다고 언급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발명한 GPU, 지싱크(G-SYNC), 저지연 리플렉스 등은 모두 e스포츠 덕분이고 한국 덕분”이라며 한국을 AI의 핵심 인프라 개발에 공헌한 파트너로 평가했다.

실제로 황 CEO는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한 후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용산 전자상가는 컴퓨터 부품 수요가 폭증하며 국내외 IT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렸던 곳이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30년간 장사한 한 상인은 3일 “당시 엔비디아는 소규모 업체였고 젠슨 황은 수많은 손님 중 한 명이었을 뿐”이라며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이 지금은 엄청난 사람이 됐다”고 격세지감을 표했다.

용산 상인들 “현금 가방 들고 다녔던 전성기” 회고

당시 용산 전자상가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한 컴퓨터 조립·수리 업체 사장 A씨는 “상가 복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가는 데 5분은 걸릴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며 “마치 명동 거리 같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다른 상인들은 영업하던 상인들이 ‘007 가방’에 현금을 가득 넣고 다녔다고 전했다.

황 CEO 역시 PC방에 들어가는 컴퓨터 완제품용 GPU를 판매하기 위해 용산에서 영업을 뛰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GPU의 주 사용처는 PC 게임이었고, 한국의 PC방이야말로 그 시장의 성지였기 때문이다.

용산 전자상가는 1980년대부터 서울 전자제품 유통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으며, 1990년대에는 연간 매출이 10조 원을 넘길 만큼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최신 PC, 게임기 등 희귀 전자제품을 구하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몰려드는 장소였다.

용산 전자상가의 쇠퇴, 새로운 혁신 지구로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상권은 급격히 쇠퇴했다. 오프라인 중심 유통 구조가 온라인 쇼핑몰과 가격 비교 사이트의 성장으로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불친절한 호객 행위, 이른바 ‘용팔이’로 불리던 부정적 상행위가 미디어를 타면서 소비자 신뢰가 무너졌고 방문객도 급감했다.

오래된 시설과 부족한 주차 공간 등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쇠퇴를 가속화했다.

현재 용산 전자상가 일대는 대규모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특화 창업 허브이자 ‘아시아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미래형 혁신 지구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