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믿고 전 재산 맡겼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서민들 ‘분통’ 터뜨린 이유 뭐길래

농협 공동대출 연체율 급증
담보별 최고 30% 육박
조합원 예금 불안감 확산

평생 돈을 맡겨온 동네 은행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인들이 신뢰하던 금융기관 중 하나인 농협의 공동대출 연체율이 30% 가까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예금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믿었던 농협, 대출 연체율 폭증

9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농협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충격적인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농협 상호금융의 공동대출 연체율이 19.23%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2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담보물 종류별 연체율이다. 상업시설을 담보로 한 공동대출의 연체율은 28.43%에 달했고, 토지 담보 공동대출도 23.47%를 기록했다.

금융기관 담보 대출의 4분의 1가량이 연체되는 상황은 경제위기가 아니고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현상이다.

50억원 한도 우회한 ‘편법 대출’의 역습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개별 농협들의 무리한 대출 관행이 자리하고 있다. 동일인 대출 한도가 50억원으로 제한되자, 여러 농협이 손을 잡고 대주단을 구성해 수백억원대 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했다.

농협중앙회를 통한 자금 운용 수익률이 연 1.0-1.5%에 그치자, 지역 농협들은 최소 연 45%의 수익을 노리고 공격적인 공동대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담보가치 하락이 맞물리면서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대출 부실이 연체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일부 지역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20%에 육박했고, 대구 지역의 경우 34.75%라는 극도로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평생 믿었던 농협인데” 조합원 신뢰 흔들

부실 확산은 농협 상호금융 전체의 건전성도 위협하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7.63%까지 상승했고, 전체 대출 연체율도 5.07%로 뛰었다. 이는 NH농협은행의 전체 대출 연체율 0.54%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농협에 평생 예금을 맡겨온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농협 예금은 상호금융예금자보호제도를 통해 1인당 5천만원까지 보호되지만,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농협 관계자들은 부동산 담보 대출 부실화의 후유증이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의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경우 대규모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나 지역 농협의 유동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대금리나 대출 혜택 같은 조합원 혜택 축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옥주 의원은 “농협 상호금융의 부동산 담보 대출 부실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 전문성에서 앞서야 할 중앙회가 부실을 방치하고 오히려 키우지 않았는지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