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분기, 대한민국 노동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 연령대에서 일자리 문이 동시에 닫히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9일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신규채용 일자리는 557만 8천개로 집계됐다. 1년 전(582만 8천개)보다 25만개 급감한 수치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규채용 일자리는 퇴직·이직으로 생긴 빈자리를 채운 ‘대체 일자리’와 사업 확장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신규 일자리’를 합친 개념이다.
더 심각한 건 감소 폭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3분기 기준으로 2023년 15만 4천개 감소에 그쳤던 것이 2024년 22만 5천개, 2025년 25만개로 가속화됐다.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에서 신규 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32.3%에서 작년 26.7%로 5.6%포인트나 떨어졌다.
건설·제조 ‘두 기둥’ 동시 흔들
산업별로 보면 신규채용 규모가 큰 건설업과 제조업이 두 축을 이뤘다. 건설업 신규채용은 83만 6천개로 전년 대비 11만 3천개나 사라졌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제조업 역시 85만 8천개에서 77만 2천개로 8만 6천개 줄었다. 두 산업의 감소분만 합쳐도 19만 9천개로 전체 감소의 80%를 차지한다.
건설경기 한파와 내수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현장이 줄었고,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 제조업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건설업과 제조업이라는 전통적 고용 엔진이 동시에 부진하면서 일자리 창출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60대마저 막혔다”…전 연령 동반 추락
더 충격적인 건 연령대별 분석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신규채용이 일제히 줄어든 것은 3분기 기준으로 작년이 처음이다(전체 기간으로는 두 번째). 20대 이하가 8만 6천개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경제 허리인 40대(-6만 7천개), 50대(-5만 4천개), 30대(-3만 1천개)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60대 이상이다. 120만 2천개로 전년 대비 1만 3천개 감소하며 3분기 기준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은 물론 최근 고용 침체기에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온 노년층 일자리가 꺾인 것이다. 돌봄·요양 등 보건·사회복지 분야는 소폭 늘었지만, 건설업에서만 2만 5천개가 한꺼번에 증발하며 전체 지표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구조적 침체 신호…”2026년도 녹록지 않다”
고용시장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침체 신호로 보고 있다. 작년 1분기에도 60대 이상 신규채용이 2만 6천개 줄며 전 연령대가 동반 감소했고, 2분기 잠시 보합세를 보이다가 3분기 다시 악화됐기 때문이다.
고용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로 노동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60대 일자리마저 한계에 도달했으며, 건설경기 회복 없이는 단기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26년 1분기 고용동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신규채용 감소세가 4분기 연속 이어질 경우, 청년 실업 심화와 노년층 빈곤 가속화라는 이중고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