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정치 혼란과 무역 갈등으로 위기 직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위험한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데이브 치아 이코노미스트는 31일(현지시간)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치아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해외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수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통상 긴장과 지정학적 문제가 한국 경제의 주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가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이달 초에는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도 추가 관세가 예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잠재적 관세 부과 가능성이다.

치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 칩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는 수출 둔화와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관세가 한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주요 교역국들에 타격을 주어 글로벌 수요를 감소시킨다면 결국 한국 수출기업들도 그 여파를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물가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치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는 탄핵 정국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이었고 시위도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가 결합되어 소비자와 기업들의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곧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여론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야 하고, 반대로 기각하고 윤 대통령의 복귀를 허용한다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시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대통령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중요 경제 정책과 예산 통과의 지연 등 입법 기능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결국 국가 경제 운영의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정치적 불안정과 물가 상승 간의 연관성이다. 치아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정치 혼란과 변화하는 국제 무역 역학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며 “물가 상승은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내수 시장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러 경로를 통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정권 교체나 내각 변화 같은 정치적 불안정은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약화시켜 물가 변동성을 확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