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EV) 시장의 성장 둔화라는 역풍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내세우며 북미 생산 체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유휴 설비를 ESS 라인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복합 제조 전략’을 통해, 공장 가동률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17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생산을 공식 개시했다. 약 7천만 달러(약 1,040억 원)를 투자해 기존 EV 배터리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했으며, 2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SI(시스템 통합) 법인 ‘버텍’을 통해 공급된다. 북미 전력망 안정화 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연계 ESS 설비,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 다양한 수요처를 겨냥한다.
EV 라인의 변신… 복합 거점 5곳으로 확장
이번 테네시 공장 전환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 총 5개의 ESS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단독 공장으로는 미시간 홀랜드, 미시간 랜싱,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3곳이 있으며, 합작 거점으로는 이번 테네시 공장과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이 포함된다.
각 거점의 가동 현황도 구체적이다. 홀랜드 공장은 지난해 6월 이후 안정적 양산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지난해 11월 양산을 시작한 뒤 불과 3개월 만에 100만 셀 생산을 돌파했다. 랜싱 공장은 올해 상반기 파우치형 ESS 배터리 양산을, 내년에는 각형 LFP 배터리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역시 EV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해 연내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60GWh 목표와 140GWh 누적 수주… 숫자로 보는 전략의 무게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연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 능력을 60GWh 이상으로, 북미 지역만 50GWh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수준에서 2배 이상 확대하는 목표치다.
수주 잔고도 뒷받침된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누적 수주는 140GWh에 달하며, 올해 신규 수주 목표는 지난해 약 90GWh를 상회하는 규모로 설정됐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ESS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로 분석한다.
700명 현장 복귀… 고용 효과도 병행
생산 전환은 고용 회복의 계기도 된다. 지난 1월 일시 휴직에 들어간 테네시 공장 직원 700명은 라인 구축 완료와 신규 제품 생산을 위해 순차 복귀할 예정이며, 현재 인력 재교육이 진행 중이다.
박인재 얼티엄셀즈 법인장은 “이번 조치로 얼티엄셀즈는 다각화된 배터리 셀 제조사로 진화하고 있다”며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춰 생산 체계를 고도화해 미 배터리 산업의 중추이자 기술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ESS 사업에서 선제적으로 압도적 생산 역량을 확보해 북미 시장에서 확고한 선도 지위를 굳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