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일본 되나 걱정했는데”… 모두가 걱정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극적으로 피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해소
한미 재무당국 공식 합의
플라자 합의 재현 막았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 지정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경제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지난 몇 달.

1985년 일본이 겪었던 플라자 합의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봐 전전긍긍했던 상황에서 반전의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과 미국 재무당국이 1일 발표한 환율정책 합의로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됐기 때문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위험에서 벗어나다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한미 재무당국간 환율정책 합의’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협의의 결실이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환율 분야가 통상협의 의제에 포함된 이후, 관세 협상과는 별도로 양국 재무당국 간의 집중적인 논의를 통해 마련된 것이다.

합의문의 핵심은 한국이 환율을 부당한 경쟁우위 확보 목적으로 조작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로써 그동안 애매모호했던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정책 운용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양국은 환율 조작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세 가지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거시건전성 조치를 핑계로 환율에 개입하는 행위, 연기금 등 정부투자기관을 동원해 환율에 영향을 주는 행위, 원화가 강세일 때만 시장에 개입하는 비대칭적 개입 행위가 그것이다.

외환 정보의 투명성 확대도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우리 정부는 현재 분기별로 공개하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앞으로는 매달 미국 재무부에 비공개로 공유한다. 또한 연 1회 외환보유액의 통화별 구성 내역도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제2의 플라자 합의는 아니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일각에서 우려한 ‘제2의 플라자 합의’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1985년 미국이 일본, 독일 등과 체결한 플라자 합의는 달러 약세를 위해 각국이 통화 절상에 동의한 것으로,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던 사건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일본, 스위스와도 유사한 틀”이라며 “협의 과정에서 인위적인 절상을 하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합의문의 대부분은 미국 측의 주도하에 작성됐지만,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문구가 포함되기도 했다.

이는 향후 통화스와프와 같은 유동성 협력을 요구할 근거를 마련해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또한 이번 합의가 통화스와프나 3500억 달러 투자와 연계된 관세 협상과는 별개의 재무당국 간 합의라고 선을 그었다.

환율조작국 지정, 왜 두려운가

환율조작국이란 미국이 특정 국가가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고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춘다고 판단할 때 지정하는 것이다.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 대비 3% 초과, 달러 순매수가 연간 국내총생산의 2% 이상 등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이 된다.

지정되면 미국 내 투자 제한, 정부 조달 계약 제한 등 경제적 제재가 따르고, 국제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는다. 두 조건만 충족해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지속적인 감시를 받게 된다.

관찰대상국 제외는 여전히 미지수

이번 합의로 환율조작국 지정 위험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관찰대상국 제외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관찰대상국은 앞서 언급한 세 요건 중 두 가지만 충족해도 지정되는 만큼, 대미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등 정량적 지표에 따라 결정된다.

오는 11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나와야 최종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정책 합의 내용은 우리 정부가 현재도 확고히 견지하고 있는 환율정책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미 재무당국간 긴밀한 소통과 신뢰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의 이행을 포함해 앞으로도 국내 외환시장 상황과 환율정책 운용 등에 대해 미 재무부와 상시적으로 긴밀히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