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둔화에 ‘새판 짠’ K-배터리
AI 폭발로 전력 저장장치 수요 급증
美 관세 덕 본 한국 기업들 속도 낸다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전기차 정체에 막힌 K-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출구로 떠올랐다.
ESS는 평소 남는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쓰는 장치로,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최근엔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ESS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전력 인프라의 심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이 흐름을 기회로 삼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에 나서며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ESS 수요 키운 건 AI…기회는 미국에 있었다

미국은 AI 산업이 커지는 속도만큼 전력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 서버를 돌릴 전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ESS는 기업들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067억 달러(약 155조 원)였으며, 2034년까지 약 1조 4,900억 달러(약 2,150조 원)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ESS 사업이 전기차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ESS가 가진 성장성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중국은 저렴한 LFP 배터리를 앞세워 ESS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미국이 최대 58.4%에 달하는 관세를 예고하면서 수출길이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이 틈을 노린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공장 확대와 현지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테슬라와 약 6조 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단일 계약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있는 공장 일부를 ESS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SK온 역시 현지 수주를 위한 라인 확보를 마쳤다.
국내 시장도 후끈…삼성SDI의 ‘역전 드라마’

미국뿐 아니라 국내 ESS 시장도 뜨겁다. 최근 진행된 제1차 중앙계약시장 ESS 입찰에서 삼성SDI는 전체 물량의 80%를 확보했다.
당초 저렴한 LFP 배터리를 내세운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삼성SDI는 고가의 NCA 배터리로 막판 가격을 조정하며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수주에 실패한 SK온은 하반기 열릴 제2차 입찰에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업계는 ESS를 단순한 대체 수단이 아닌, 전기차 수요 둔화 이후를 대비하는 ‘제2의 성장축’으로 보고 있다.
AI가 바꿔놓은 전력 생태계 속에서, K-배터리는 다시 한번 반등의 실마리를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