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배럴당 105달러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최대 1.6%포인트(p)나 높아질 수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경고가 나왔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닌, ‘운송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변수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마창석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11일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다. 여기에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3% 중후반까지 치솟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나리오 세 갈래…관건은 4분기 유가
KDI는 이번 보고서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기준 시나리오’는 두바이유가 2분기 100달러에서 3분기 90달러, 4분기 87달러로 완만하게 하락한다는 가정이며, 이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p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는 4월 평균치인 105달러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는 전제다. 이 경우 올해 물가 기여도는 1.6%p에 달하고, 내년에도 1.8%p로 오히려 커진다. 반면 ‘유가 안정 시나리오’에서는 2분기 95달러를 시작으로 4분기 80달러까지 낮아지며, 내년부터 물가 불안이 상당 부분 완화된다.
‘운송 불확실성’, 통상 유가 충격보다 2배 강하다
이번 보고서가 주목받는 핵심 이유는 ‘유가 상승의 원인’을 구분해 분석했다는 점이다. KDI에 따르면 운송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두바이유 10%p 상승은 석유류 가격을 2.69%p 끌어올리고 소비자물가를 0.20%p 높인다. 이는 통상적 유가 상승 시 소비자물가 영향(0.11%p)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근원물가에까지 불똥이 튄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유가 상승은 근원물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운송 불확실성이 개입하면 근원물가 상승률이 0.10%p 추가 확대된다. 마 연구위원은 “운송 불확실성은 공업제품과 서비스 등 비석유류 품목에도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 정제업자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비축을 늘리면 같은 수급에서도 가격이 더 오르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책 효과 빼면 3% 중반대…정책 지속 필요성 강조
다만 KDI의 이번 분석은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 효과를 제외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두 정책을 합산하면 소비자물가를 0.8~1.0%p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 연구위원도 “최고가격제 효과를 고려하면 3%대 예측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미 왕복 기준 900편의 운항을 줄였으며, 6월 이후 감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마 연구위원은 “물가 안정 정책은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I는 오는 13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