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은행 25년 만의 태국 복귀
2026년 하반기 영업 시작 목표
디지털 금융 기술력 인정받아

“한국계 은행과 기업의 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겠습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말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25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로 한국 은행들이 모두 철수했던 태국 시장에 카카오뱅크가 당당히 재진출의 깃발을 꽂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19일 태국 정부로부터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디지털 기술력으로 인정받은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태국 재무부는 이날 카카오뱅크와 태국 금융지주 SCBX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가상은행 사업자로 선정했다.
총 3개 컨소시엄이 인가를 받았으며, 그중에서도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디지털 뱅크 구축 경험과 뛰어난 기술력, 현지화 역량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태국의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유사한 개념이다.
이런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카카오뱅크는 이미 2023년 6월부터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SCB(시암상업은행)를 보유한 SCBX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지속해 왔다.

25년 만의 역사적 재진출
이번 인가 획득은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한국 시중은행들은 경영 악화와 자본 건전성 문제로 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든 한국계 은행이 철수하면서 현지에서 신뢰를 잃었고, 이후 금융시장에서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이처럼 재진출까지 2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주된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태국 금융시장이 외국계 은행에 대해 높은 진입장벽과 규제를 유지해 온 점도 큰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태국 정부가 디지털 경제 활성화와 금융 인프라 혁신을 목표로 가상은행 도입을 적극 추진하면서, 디지털 뱅킹 경험과 탁월한 기술력을 갖춘 카카오뱅크에게 절호의 진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2026년 하반기 영업 시작 목표
이러한 호기를 놓치지 않은 카카오뱅크는 가상은행 출범을 위한 준비법인을 올해 3분기 중 설립하고, 약 1년간의 철저한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뱅크는 자사의 강점인 상품·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앱 등 IT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며, 향후 설립될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자,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소중한 기회”라며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태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고, K-금융의 세계화를 선도한다는 원대한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