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92% 폭등한 일본, 한국 쌀 찾았다
400% 관세에도 10% 저렴해 완판
10톤 추가 수출로 판로 확대

“품절입니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 등장한 한국산 쌀 판매 페이지에는 ‘재고 없음(在庫切れ)’이라는 문구가 떠 있다.
35년 만에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산 쌀이 판매 시작 열흘 만에 완판된 것이다. 일본에서 쌀값 폭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한국 쌀이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2톤 완판에 다음 달 10톤 추가 수출 확정
21일 농협중앙회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일본에 수출된 한국산 쌀 2톤이 판매 개시 열흘 만에 전량 소진됐다.

이 쌀은 전남 해남군 옥천농협에서 생산한 ‘땅끝햇살’ 브랜드로, 농협 온라인 쇼핑몰과 도쿄 신오쿠보의 한국슈퍼마켓에서 판매됐다.
한국산 쌀의 인기에 힘입어 농협은 지난 20일 10톤 규모의 추가 물량을 선적 완료했다. 이는 첫 선적분보다 무려 5배나 늘어난 양이다.
일본 시장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이처럼 빠른 공급 확대가 이루어졌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일본 쌀 가격이 급등하자 관세 부과 후에도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판단 아래 수출을 추진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수출이 갖는 역사적 의미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에 한국 쌀이 판매된 것은 2011년과 2012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구호용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 한국 쌀에 대한 일본 수출 통계를 시작한 이래 첫 상업적 수출인 셈이다.
400% 관세에도 일본산보다 10% 저렴
그동안 일본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쌀에 대해 kg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는 관세율로 환산하면 약 400%에 달하는 높은 장벽이다.

이 때문에 그간 일본으로의 쌀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했으나, 최근 일본 내 쌀값 급등이 이 장벽마저 무너뜨리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졌다.
현재 농협이 일본에서 판매하는 한국 쌀은 관세와 배송료를 포함해 10kg당 9,000엔(약 9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 쌀 10kg이 보통 4만 원 전후에 판매되는 것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비싸지만, 최근 일본 쌀값에 비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도쿄 등 대도시 상점에서는 kg당 1,000엔(약 1만 원)이 넘는 쌀도 흔히 판매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 쌀은 일본산보다 약 10% 저렴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일본 ‘쌀 대란’ 장기화 가능성… “레이와 쌀 파동”
이번 일본의 쌀 위기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선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일본 내 60kg 기준 햅쌀 거래값이 2만 5,927엔(24만 8천 원)으로 이전 최대치였던 2만 5,120엔(2003년 12월)을 21년 만에 갱신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과 국민들은 이 사태를 ‘레이와(현 나루히토 일왕 연호) 쌀 파동’이라 부르며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쌀 부족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재작년 흉작, 잦은 지진에 따른 사재기, 코로나 이후 급증한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쌀 소비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에 대응해 이시바 시게루 정권은 지난달 정부 비축미 21만 톤을 방출하고 이달 말 10만 톤을 추가로 풀기로 결정했지만, 쌀값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가격 불안의 또 다른 원인으로 유통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몇몇 대형 유통업자가 경매에서 비싼 값으로 쌀을 매점하고 중소 유통업자의 접근을 막아 쌀값이 더 상승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 소득 감소를 우려해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진단하며 정부 대응의 한계를 짚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축미 방출에 따른 가격 하락 효과를 고작 10%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 당분간 쌀값 하락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 내 수입쌀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소매업자들도 한국 쌀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며 높아진 수요에 발맞춰 한국 쌀 수입을 더욱 확대할 방안을 적극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