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흔들리자 “곳간 다 털었다” 분위기 반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 나라

일본 경제의 현주소
첨단 투자와 사회적 병리 현상

“한국과 가장 가깝고, 경제적으로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보니 참고하지 않을 수 없네”,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

최근 일본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 투자에만 2030년까지 10조 엔(약 90조 원)을 투입해 경제 재건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고물가와 엔저(엔화 가치 하락)로 인한 경제 불안은 일본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AI·반도체 산업 기반 강화’를 목표로 반도체 연합군 라피더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9200억 엔이 투입된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최첨단 2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홋카이도 공장을 건설 중이며, 추가로 약 4조 엔이 필요하다.

또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일본을 반도체와 AI의 신흥 거점으로 평가하면서 일본의 첨단 기술 산업이 새로운 가능성을 맞고 있다.

성장 둔화와 고물가 속 구조적 문제

그러나 정작 일본의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일본 성장률을 -0.1%로 전망했으며, 이는 지난 4월 예상치보다 0.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식품 가격 급등은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연 소득 200만 엔 미만 계층의 엥겔계수(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는 33.7%에 달해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두드러진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일본 정부는 13조 9000억 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했다. 이 예산은 첨단 기술 투자뿐만 아니라 휘발유와 전기·가스 요금 지원 등 생활 안정 대책에도 쓰인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제 불안은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배경으로 신종 강도 범죄인 ‘야미바이토’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을 모집해 범죄 행위에 가담시키는 방식이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4~10월 동안 강도·사기·절도 등 범죄로 적발된 야미바이토 관련 인원은 1600명에 달했다. 특히 수도권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강도 사건은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첨단 기술 투자로 경제 회복을 꾀하면서도 고물가와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도전 과제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단기적 위기 극복뿐 아니라 장기적 경제 안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