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본 여행 안 갈래요”…우르르 몰려가던 한국인들 돌변한 이유

엔화 천 원 돌파에 여행 수요 급감
지난해 882만 한국인 방문
항공권 가격도 두 배 가까이 올라

“이젠 일본 여행이 더 이상 ‘가성비 여행’이 아니에요.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갈래요.”

엔화 환율이 1000원대를 돌파하면서 지난 2년간 한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일본 여행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했던 일본 관광 열풍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급격한 엔화 강세에 수요 하락세 뚜렷

교원투어에 따르면 5월 초 황금연휴 일본여행 예약량은 전년 대비 45%나 감소했다.

지난해 베트남, 유럽에 이어 3위였던 일본은 올해 5위로 추락했다. 주요 여행지 선호도는 베트남(18.7%), 유럽(17.2%), 태국(14.4%), 중국(11.7%)에 이어 일본은 9.3%에 그치며 인기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엔화 강세와 일본 골든위크가 맞물리며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엔화 환율은 지난 9일 오후 기준 1021.66원을 기록해 2022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2년간 850~910원대를 유지하며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가성비 여행지’로 각광받던 일본이 환율 상승으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수요 감소 현상은 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하나투어 역시 5월 출발 기준 일본여행 예약이 전년 대비 5%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다른 해외 여행지들이 대부분 전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만 하락세를 보이는 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역대 최다 방문과 설 연휴 특수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한국인 일본 방문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일본정부관광청(JNTO)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81만 7,800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약 24%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보다 17% 높은 수치다.

임시공휴일이 지정된 올해 설 연휴에도 일본 여행 열기는 뜨거웠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은 27만6,237명으로 전체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23년 설 연휴(8만 3,599명)와 비교해 2년 새 230.4%나 급증한 수치다.

당시 “국내 여행지 비용이 너무 비싸요. 연휴도 긴 데 내 돈 쓰고 마음 편히 해외 다녀올래요”라는 여행객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2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81만 5,231명으로 전월(93만 5,815명) 대비 12.9% 감소했다.

환율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불과 몇 개월 사이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 심리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일본의 관광세 인상과 비용 부담

일본의 관광 정책 변화도 한국인 관광객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부터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따른 지역 피해를 줄이고자 숙박세와 관광지 입장료를 대폭 인상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오사카는 4월부터 1인 1박 기준 1만 5천~2만 엔 숙박 시 400엔, 2만 엔 이상은 500엔의 숙박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숙박세 부과 조치는 교통비 상승 상황과 맞물려 여행객들의 총비용 부담을 크게 늘리고 있다.

네이버 항공 데이터에 따르면 인천-도쿄 왕복 항공권도 39만 2,200원부터 시작해 최근 2주간 검색한 최저가 평균보다 44%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행 항공권 가격이 1.6배 이상 뛰어오른 상황에서 현지 체류 비용마저 상승하면서 일본여행의 가성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난 2년간 엔저 효과로 누렸던 일본 관광 특수는 서서히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는 환율 변동에 따른 수요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일본을 대체할 새로운 여행지 발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