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비상’ 걸린 잠실 집주인들, 대체 무슨 일

규제 한 달 만에 5억 원 급락한 잠실
최대 상승폭 보이던 서울 집값 ‘휘청’
거래량 급감하며 시장 분위기 급반전
아파트
잠실 집값 / 출처: 뉴스1

“매일 문의 전화 받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거짓말처럼 조용해졌어요.”

서울 송파구 아파트 소유자 김 모 씨(45)의 표정이 어둡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일시 해제 기간에는 매수 문의가 쇄도하던 아파트가 재지정 이후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달 서울 집값이 작년 9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규제 재도입으로 한 달 만에 강남권 집값 상승세가 급격히 꺾이는 모습이다.

5억 원 ‘뚝’… 급락한 잠실 대장주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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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집값 / 출처: 뉴스1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 84㎡ 매물이 28억 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12일 동일한 조건의 매물이 33억 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것과 비교하면 5억 원이나 하락한 수치다.

같은 단지 전용 124㎡는 지난달 22일 33억 9000만 원에 거래되며 기존 신고가(40억 2500만 원) 대비 6억 원이나 낮은 금액에 손바뀜했다.

잠실의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는 지난 2월 13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동시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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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집값 / 출처: 연합뉴스

갭투자 수요가 집중되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고, 집주인들도 호가를 일제히 올리며 높은 가격의 거래가 연이어 성사됐다.

그러나 3월 19일 서울시가 잠실 일대를 토허구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하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지난달 서울 집값 상승 ‘최대’… 강남 3구가 이끌어

이러한 잠실 일대의 급격한 가격 변동은 지난달 서울 전체 부동산 시장의 흐름 속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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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집값 / 출처: 연합뉴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2월 0.18% 상승에서 지난달 0.52% 상승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9월의 0.54%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80% 오르며 전체 상승세를 견인했다.

특히 토허구역 해제 효과를 누렸던 강남구(2.00%), 송파구(1.71%), 서초구(1.60%), 용산구(0.67%)의 상승폭이 현저하게 컸다.

이들 지역은 집값 이상 급등 현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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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집값 / 출처: 뉴스1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는 서울에 국한된 현상이었다. 부산(-0.17%)을 비롯한 5대 광역시, 8개 도, 세종 등 지방은 2월보다 하락폭이 더 커지며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은 “매매의 경우 서울·수도권에서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수요를 견인하고 있으나, 지방은 정비사업 추진 지연, 매물 적체 등이 관측되는 지역이 혼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허제 확대 이후 거래 ‘실종’… 하지만 추가 하락은 제한적

토허구역 재지정의 영향은 거래량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 ‘엘리트’ 아파트의 거래량은 규제 전후로 확연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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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집값 / 출처: 연합뉴스

토허구역이 해제된 2월 13일부터 3월 23일까지 리센츠 38건, 엘스 34건, 트리지움 30건 등 총 102건의 실거래가 이뤄졌다. 반면 지난달 24일 규제 재도입 이후에는 이달 20일까지 단 한 건의 거래도 등록되지 않았다.

거래량 감소는 강남 전역에서도 뚜렷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지난달 1~23일 사이 1797건이던 거래 건수가 효력 발생 이후인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31건으로 급감했다.

서울시는 “토허제의 ‘풍선효과’도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격한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서울 핵심 지역의 근본적인 가치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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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집값 / 출처: 뉴스1

잠실 등 ‘똘똘한 한 채’ 심리가 여전하고, 뛰어난 입지를 자랑하는 서울 상급지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거래량이 감소하고 일부 급매물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신고가 대비 수억 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며 “다만 지난 4년간 규제 지역이 오히려 서울 집값을 선도해 왔고, 신고가도 꾸준히 나왔기 때문에 가격이 더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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