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도 높은 한국만 “또 피해보게 생겼다”…정부도 ‘긴급 대책’, 도대체 무슨 일이

유류세 인하 연장해도
중동 정세 불안에 기름값 급등
서민 생활 먹구름 드리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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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 기름값 급등 / 출처: 연합뉴스

“아니, 같은 양인데 저번 주보다 만 원이나 더 나가네요.”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김 모 씨(42)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물가 안정’ 효자 노릇을 했던 국제유가가 급반전됐다.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벌써 1,700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16번째 유류세 인하 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세에 물가 방어막이 뚫릴 위기에 처했다.

물가 안정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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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 기름값 급등 / 출처: 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16일 수송용 유류에 대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8월 31일까지 두 달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현재 휘발유는 10%, 경유 및 LPG부탄은 15% 인하율이 적용 중이다. 이는 2021년 말부터 시작된 유류세 인하의 16번째 연장으로, 정부의 물가 안정을 위한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5%→3.5%), 발전용 LNG와 유연탄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15%), LPG 및 LPG 제조용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 0% 조치도 6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 급등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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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 기름값 급등 /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해 물가 압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오전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 대비 리터당 9.46원 오른 1,705.98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1,631.72원으로 상승했으며,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최소 1~2주는 국내 주유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더 오른다면 국내 기름값 상승 폭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더 큰 불안 요소다.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중동 지역이 불안해지면서 해협이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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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 기름값 급등 / 출처: 연합뉴스

엇갈린 물가 전망에 불안감 고조

이러한 유가 상승 추세와는 대조적으로,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물가 상황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5월 수입물가지수는 134.63으로, 4월보다 3.7% 하락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당시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동시에 내리면서 물가 안정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행 이문희 물가통계팀장은 “이달 들어 두바이유 가격이 전월 대비 올랐지만, 환율은 하락하고 있다”며 “유가와 환율이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중동 지역 정세 등 국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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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 기름값 급등 / 출처: 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국지전에 머문다면 유가는 공급 영향에 따라 다시 박스권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시장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유류세 인하 연장에도 불구하고,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지속된다면 서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이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 대응책 마련과 함께 에너지 구조 다변화를 위한 장기적 전략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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