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두 배 넘게 늘어난 기업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현실
건설·석유화학 중심 위기 가속화

“일해서 번 돈으로 은행 이자조차 감당 못하게 됐다.”
팬데믹 이후 긴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파고를 넘지 못한 기업들이 한국 경제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기업들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 급증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자 감당 못하는 기업, 3년 새 2배 증가

2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02곳의 최근 3년간 실적을 비교한 결과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이 2021년 34곳에서 올해 73곳으로 급증했다. 3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이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이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면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조사 대상 중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SK온, 이마트 등 대기업들도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유통, 건설업종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37개 석유화학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12.34에서 올해 0.64로 급락했다.
롯데케미칼, 효성화학, 여천NCC 등 주요 기업들이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상태를 기록했다.
건설·철강 업종도 마찬가지다. 특히 환율 급등, 원자재·인건비 상승, 고금리 부담이 동시에 덮치면서 자금 조달이 극도로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자도 못 내는 기업 급증… 경제 전반 위험 키운다”

한국은행의 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도 충격적이다. 기업 체감경기지수(CBSI)는 85.9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을 두 달째 이어갔다. 특히 비제조업 지수는 건설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크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이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결국 고용 축소, 투자 감소,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위험을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지만, 전문가들은 환율 불안과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를 이유로 추가 금리 인하도 쉽지 않다고 본다. 결국 금리 부담은 그대로인데, 경기는 더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외환 리스크와 자금난을 이중으로 떠안고 있고, 정부는 정책금융 확대와 세제 지원을 통한 긴급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