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빌린 소액 대출 “악몽의 시작이었다”…한국이 ‘어쩌다가’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 5년 새 최대 기록
채권추심 피해 4년 만에 5배 폭증… 살인적 고리
제도권 금융 문턱 높아져 서민들 불법 대출 내몰려
불법 사금융
불법 사금융 피해 / 출처: 연합뉴스

“오늘 당장 갚지 않으면” 강릉에 사는 A 씨는 딸의 빚 때문에 이런 전화를 받았다.

욕설과 함께 주민등록번호까지 불러대는 20대 남성의 목소리에 A 씨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불법 대부업체의 살인적인 채권추심이 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빚이 빚을 낳는 끔찍한 악순환

금융감독원이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범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는 1만 2398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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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 피해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 관련이 5604건으로 가장 많았고, 채권추심 2429건, 고금리 1868건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채권추심 관련 피해는 2020년 479건에서 2024년 2429건으로 4년 만에 5배나 폭증했다.

채권 추심의 폭력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불법 추심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유치원생 딸을 혼자 키우던 이 여성은 생활비로 90만원을 빌렸는데, 수천%의 이자율로 인해 한 달도 되지 않아 빚이 1000만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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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 피해 / 출처: 연합뉴스

채권 추심자들은 딸이 다니던 유치원의 교사에게까지 찾아가 채무 독촉을 일삼았고, 이런 불법 추심에 시달리던 그녀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북부지검은 지난 13일, 법정이자율의 100배가 넘는 5천214%의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지속적으로 협박한 30대 B 씨를 구속기소 했다.

제도권 금융과 멀어지는 서민들

이처럼 불법 사금융이 기승을 부리는 데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경기 악화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생계형 자금 수요는 급증하는데, 제도권 금융의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해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3년 대부업체 대출 거절률은 74.1%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의 68.0%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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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 피해 / 출처: 뉴스1

대형 대부업체들의 움직임도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24년 상반기 대형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12조 2105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2.4% 감소했다.

이용자 수도 71만 4천 명으로 1만 4천 명이나 줄었다. 반면 연체율은 13.1%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제도권 금융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서민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의 늪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부업체 문턱에서 거절당한 이들이 마지막 희망처럼 찾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큰 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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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 피해 / 출처: 연합뉴스

파멸로 이어지는 소액 대출의 함정

‘강실장 조직’ 사건은 불법 사금융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당장 공과금조차 낼 수 없는 영세 자영업자나 취업 준비생들을 노렸다.

20만 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후 38만 원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연 5000%의 고리 이자를 챙겼다. 300여 차례에 걸친 협박으로 30억 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취득했다.

이들의 협박 수법은 잔인했다. 채무자의 근무지와 가족·지인의 연락처가 담긴 전단지를 만들어 “SNS에 뿌리겠다”고 위협했고, 출산한 채무자에게는 아기 사진을 보내며 상환을 독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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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 피해 / 출처: 연합뉴스

그 결과는 처참했다. C 씨(여·55)는 25만 원을 빌렸다가 3개월 만에 1억 5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됐고,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 대한 협박을 견디지 못해 가출해 숨어 지냈다.

D 씨(여·30)는 15만 원으로 시작해 한 달 만에 5000만 원을 돌려막다 유산의 고통까지 겪었다.

E 씨(여·27)는 25만 원의 대출이 4개월 만에 1억 원으로 불어나 자살을 시도했고, F씨(45)는 40만 원으로 시작한 빚이 1년 만에 6억 원이 되어 가정이 파탄 났다.

서범수 의원은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은 특히 서민과 취약계층의 자금 수요가 몰리는 설 전후로 극성을 부린다”며 “정부가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명절 전후를 불법사금융 특별근절 기간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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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 피해 / 출처: 연합뉴스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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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법적으로 정해진 이자가 있는데 이게 말이되냐
    강력하게 규제하고 처벌해야한다
    이게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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