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원’ 받으려고 “민생회복지원금 신청했는데”… 서민들 한순간에 ‘날벼락’

‘지원금’ 검색했다 당했다는 사람들
쇼핑몰, 증권앱까지 ‘복붙 사기’ 판친다
진짜 같은 가짜들, 속지 않으려면

“정부 지원금이 나온다길래 신청하려고 클릭했을 뿐인데, 어느새 이상한 유료서비스에 가입돼 있더라고요. 너무 황당했죠.”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최근 포털 검색창에 ‘민생회복지원금’을 입력했다가 낯선 사이트에 접속하게 됐다.

화면에는 ‘지금 신청하기’, ‘지원금 확인’ 같은 문구가 떠 있었고, 아무 의심 없이 클릭한 순간 일이 벌어졌다.

휴대폰 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하자, 곧바로 ‘여가보호서비스’, ‘가족안심서비스’ 같은 유료 서비스에 자동 가입됐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A 씨는 정부가 주는 지원금을 신청한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정체불명의 부가서비스 결제에 연루된 셈이었다.

검색창에 뜬 블로그 따라갔다가 낭패

이처럼 ‘민생회복지원금’ 등 정책 명칭을 사칭한 허위 사이트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이 사이트들이 네이버 등 주요 검색 포털에서 블로그 형식으로 상단 노출된다는 점이다.

블로그 제목은 “바로 신청하세요”, “전 국민 지원금 접수 중”처럼 그럴듯하고, 클릭하면 신청 화면처럼 꾸며진 페이지가 나타난다.

이용자에게 휴대폰 번호와 인증번호 입력을 요구하는데, 이는 단순 본인인증처럼 보여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유료 서비스 가입까지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일 이 같은 기만적 광고 행위를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런 사칭 사이트는 정부 지원금 안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스위스 등의 유명 쇼핑몰을 복제한 가짜 웹사이트가 SNS 광고를 타고 퍼지고 있고, 국내 증권사 앱까지 정교하게 모방한 사기 앱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물건 구매 대행을 미끼로 접근하거나 ‘투자하면 수익이 보장된다’는 말로 설득한 뒤, 입금 계좌를 건네는 방식으로 돈을 빼낸다.

피해자 속출…사기범은 점점 더 교묘해졌다

피해는 통계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는 5,878건 발생해 피해액이 3,11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특히 검찰, 경찰, 금감원 등을 사칭한 기관형 범죄가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유명 브랜드 사칭 피해 사례만 7개월간 150건, 피해액은 약 1,9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top, .shop 같은 정식 도메인이 아닌 주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짜 사이트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힌다.

경찰과 보안 전문가들은 “모르는 링크는 클릭하지 말고, 의심스러운 계좌로 입금을 요구받으면 반드시 사기 계좌인지 조회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