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불법 웹툰 유통 피해액 8천427억 원
청소년 불법 도박 사이트 노출 우려까지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 매달 마감에 쫓기며 만든 작품인데… 출시하자마자 불법 사이트에 올라가는 걸 보면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한 웹툰 작가의 호소가 K-콘텐츠 산업의 민낯을 드러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웹툰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웹툰 기업 7곳, 불법 사이트 근절 위한 처벌 촉구
8천427억 원. 2021년 한 해 동안 불법 웹툰 유통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이다.
이는 전체 웹툰 산업 규모의 절반이 넘는 53.8%에 달하는 규모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부 작품의 경우 합법 플랫폼보다 불법 사이트의 조회수가 3배 이상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웹툰, 리디 등 국내 주요 웹툰 기업 7곳이 불법 사이트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웹툰 사이트 ‘아지툰’ 운영자 A씨의 1심 재판을 앞두고 대전지방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지툰’의 피해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웹툰 75만 회, 웹소설 250만 회에 달하는 저작권 침해가 이루어졌다.
웹툰작가, 하루 평균 10시간 노동
이는 수많은 창작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웹툰 작가들의 현실은 이미 열악하다.
하루 평균 10시간, 마감 전날에는 12시간에 육박하는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주 5.7일 근무는 기본이며, 개인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17%의 작가들이 극단적 선택을 고려할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각하다.
한 중견 웹툰 작가는 “밤낮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데, 그 결과물이 불법 사이트에서 무단으로 공유되는 것을 보면 창작 의욕이 완전히 상실된다”고 토로했다.
불법 웹툰, 저작권 침해 넘어선 K-콘텐츠 산업 생태계 위협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선다고 지적한다.
“이는 K-콘텐츠 산업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창작자들이 입은 피해가 최소 수십억에서 최대 수백억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신인 작가들의 등단 기피 현상도 심각하다.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웹툰 창작 자체를 포기하는 신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 플랫폼들도 생존에 어려움을 겪으며, 일부는 서비스 중단을 선택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2차 피해다. 청소년들이 불법 웹툰 사이트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에서도 불법 번역 사이트가 성행하면서 K-웹툰의 글로벌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적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가 해외 서버를 사용해 수사가 어렵고,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업계는 이번 ‘아지툰’ 운영자에 대한 재판이 불법 유통 근절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