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열풍에 빚의 그림자
한 달 만에 4.8조 원 급증한 가계대출
정부 정책에 혼란만 가중된 시장

부동산 시장을 향한 열기가 결국 빚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라는 신호탄에 투자자들은 앞다퉈 부동산 시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정책이 번복되며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결국 가계부채 증가라는 후폭풍만 남겨놓았다.
가계부채 고삐 풀리나… 4월 가계대출 ‘빨간불’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8조 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런 급증세는 연초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로 촉발된 주택 거래 증가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3.7조 원이나 증가하며 전체 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2~3월 늘어난 주택 거래 영향이 이제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계절적 요인들의 소멸로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토허제 해제가 몰고 온 ‘투기 열풍과 대출 증가’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결정은 당시 부동산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이 해제되자마자 투기 수요가 급증했던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의 분석에 따르면, 해제 직후인 2월 12~20일 강남 3구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24억 5139만 원으로, 해제 전(22억 6969만 원)보다 약 2억 원(8%) 상승했다.
정부 관계자는 “토허제 해제 후 강남 3구 외 주민의 매수 비율이 60%를 넘었고, 갭투자 비율도 1월 35.2%에서 2월 43.6%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투기 열풍은 자연스럽게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져 4월 가계대출 급증을 초래했다.
결국 서울시는 35일 만에 토허제를 확대 재지정하는 강경책을 선택했지만, 이는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이루어진 정책 결정이 시장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한다.
“부채 증가 경계감 늦출 수 없다” 금융당국 우려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3월 주택 거래 증가 영향이 5월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3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을 앞둔 선수요 가능성도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금융당국 역시 “금리 인하 기대감과 가정의 달 수요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토허제 재시행 이후 서울 주택 시장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 가계 대출도 시차를 두고 완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 완화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가계부채 증가세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토허제 해재, 재시행…누군가는 배부르게 웃고 있것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