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전국 104개 매장 중 37곳의 문을 닫는다. 이번 대규모 영업 중단으로, 사실상 전체 매장 3곳 중 1곳이 셔터를 내리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8일 ‘2차 구조혁신’ 방안을 공개하며 오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총 54일간 37개 점포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본계약 체결 이튿날 나온 조치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단순한 ‘구조혁신’이 아닌 도미노 폐점의 전초단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폐점 확정·계약 해지 매장도 중단 명단에 포함
영업 중단 대상 37개 매장은 서울 중계·신내·면목·잠실을 비롯해 부산, 인천, 경기, 경남 등 전국에 걸쳐 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일부 매장이 이미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부천소사점과 순천풍덕점은 폐점이 이미 확정됐고, 잠실·인천논현·부산센텀시티·동수원점은 기존 임대차 계약 해지가 예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잠정 중단 기간 이후에도 이들 매장이 영업을 재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홈플러스 측은 영업 중단 기간 해당 점포 직원들에게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희망자는 다른 매장으로 전환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점포 내 입점 사업자들을 위해 몰 영업은 지속된다.
4월 급여도 밀렸다…극심한 유동성 위기
이번 고강도 조치의 근본 원인은 극심한 운영자금 부족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4월분 직원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한 상태로, 자금 경색이 현장 수준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전날(7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NS쇼핑(하림그룹 계열)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실제 매각 대금이 유입되기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없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긴급 운영자금 대출을 지속 요청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약 1조 2000억 원의 대출채권과 함께 68개 점포 부동산, 약 4조 원 규모를 담보로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홈플러스 현금화 가능 자산의 대부분을 쥐고 있다. 그러나 메리츠 측은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M&A로 회생 노린다…관건은 메리츠의 결단
홈플러스는 이번 2차 구조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 뒤, 제3자 매각 방식의 수정 회생계획안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대형마트 잔존 사업부와 온라인 사업부 등을 묶어 새 주인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 전략의 성패가 결국 메리츠금융의 협조 여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홈플러스 측도 “운영자금 지원을 통해 사업을 유지한 상태에서 M&A를 진행하는 것이 즉시 청산보다 채권 변제율이 높다”며 메리츠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메리츠가 담보로 잡은 자산 규모가 대출채권을 크게 웃도는 만큼, 시장에서는 청산 절차가 오히려 메리츠에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37개 매장의 ‘잠정’ 중단이 진짜 잠정으로 끝날지, 아니면 홈플러스 해체의 서막이 될지는 메리츠의 선택에 달렸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