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 대비 1.5배 높은 수치 “칭찬 아니었다”…한국은행 보고서에 ‘깜짝’

가공식품·서비스 가격 상승세
국민 생활물가 OECD 평균 1.5배 이상
취약계층 소비여력 위축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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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물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이번 달은 진짜 장 볼 엄두가 안 나요. 지난주만 해도 5천 원이던 채소가 이번 주엔 7천 원이 넘어요.” 서울 노원구의 한 마트에서 만난 김 모(42) 씨는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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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는 그녀는 매달 식비를 아끼려 여러 마트의 행사 정보를 찾아다니지만, 갈수록 오르는 물가는 감당하기 벅차다며 하소연했다.

국민들의 삶을 직격하는 생필품 가격이 계속 오르며 서민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 생활물가, 세계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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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물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 보고서는 우리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실제로 심각함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필수재 중심의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발생한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상 악화 등이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물가를 100으로 볼 때, 한국의 식료품은 156, 의류는 161, 주거비는 123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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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서민 물가 부담 / 출처: 뉴스1

영국 경제 분석기관 EIU 통계에서도 우리나라 과일·채소·육류 가격은 OECD 평균의 1.5배를 웃돌았다.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한국인들이 생필품에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취약계층 “물가 때문에 소비 못 해”

한국은행의 이번 보고서는 물가 상승이 단순한 수치 이상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2021년 이후 가계의 명목구매력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상쇄할 만큼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면서, 2021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의 평균 실질 구매력 증가율은 2.2%에 그쳤다. 이는 팬데믹 이전(2012~2019년) 3.4%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소비자물가
서민 물가 부담 / 출처: 뉴스1

한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소비 지출을 늘리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 중 62%가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축소’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물가는 생산비용 증가가 가격에 장기간 전가되며 취약계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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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오르기만 하고 내리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발표한 ‘가공식품·개인서비스의 비용 측면 물가 상승 압력 평가’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다.

물가
서민 물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2020년 이후 수입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기업의 중간재 투입 비용이 크게 늘었고, 이는 시차를 두고 생산자가격과 소비자가격에 전가된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투입 물가가 하락할 경우에도 생산자·소비자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은은 “투입 물가가 떨어져도 가격이 내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비대칭적 가격 전이 현상을 확인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식료품과 생필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서민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수준, 부동산 시장 양극화 등의 문제는 구조적 성격이 커서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공급 여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개혁을 통해 근본적 물가안정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 체감물가
서민 물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또한 “규제와 진입장벽을 완화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특정 품목의 충격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하는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할당관세 등을 통한 농산물 수입 원재료 가격 안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물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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