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대급’ 지원에 “1970년 이후 이런 적은 처음”… 꽁꽁 얼었던 시장 ‘들썩’

‘에코붐 세대’가 쏘아 올린 신호탄
9년 만에 맞이한 혼인 시장의 봄날
“결혼은 선택”… 가치 소비로 변화

“이러다 대한민국 무너진다”는 경고가 무색하게, 마침내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역대 최저점을 찍으며 국가 소멸 위기론까지 불렀던 혼인율이 2년 연속 반등하며 극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혼 안 한다더니?”…9년 만에 최대치, 깜짝 반등의 비밀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짓눌렀던 ‘결혼 절벽’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2만 2천 건으로 전년 대비 무려 14.8%나 급증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으로, 2022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이어진 반등세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의 중심에는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에코붐 세대’가 있다. 이들이 결혼 적령기인 30대 초중반에 진입하면서 혼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코로나19 시기 미뤄졌던 결혼이 한꺼번에 몰리는 ‘기저 효과’와 맞물려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의 혼인 건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하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집값 무서워 결혼 못 해”는 옛말?…달라진 혼인 풍속도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라는 말은 오랫동안 청년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혀왔다.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은 신혼부부에게 넘기 힘든 벽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및 대출 지원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2025년부터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연 2억 5천만 원까지 대폭 완화하고, 공공임대주택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결혼을 결심하는 커플이 늘면서 침체됐던 혼수 시장도 ‘신혼 특수’를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혼인 건수 증가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변화는 국제결혼의 증가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약 2만 1천 건으로, 전체 혼인의 9.3%를 차지하며 3년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결혼은 전년 대비 40%나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결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적보다 개인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편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국경을 넘은 사랑이 저출생 시대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