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4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 1,138억 3,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 2.65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매출 1,114억 3,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기업용 AI 수요 폭증으로 전년 대비 35% 이상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실적 발표 직후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 가량 하락했다. 좋은 성적표에도 투자자들이 외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185억 달러 투자, ‘수익성 타이밍’ 의문 증폭
시장의 시선이 꽂힌 지점은 알파벳이 제시한 올해 인프라 투자 계획이다. 회사는 최대 1,850억 달러 규모의 자본 지출 전망치를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해 투자액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AI 인프라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지만, 투자자들은 ‘투자 대비 수익 실현 속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의 클라우드 부문 영업이익률은 3분기 기준 23.7%로, 아마존 AWS(34.6%)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43%)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막대한 투자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전철 밟나…투자자 경계감
구글의 주가 반응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와 묘하게 겹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과 EPS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했지만, 클라우드 성장 둔화 우려와 자본 지출 66% 급증으로 주가가 12% 급락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구글의 백로그(수주잔고)가 3분기 기준 1,5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82% 급증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모건스탠리는 구글 클라우드가 올해 44%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백로그가 곧바로 수익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며 고객 프로젝트 진행 속도와 컴퓨팅 자원 공급 능력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AI 투자 경쟁, ‘속도보다 효율성’으로
순다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는 AI 모델 제미나이를 성장 동력으로 강조하며 “제미나이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가 7억 5,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도 사상 처음 4,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양적 성장을 입증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제 양적 성장보다 투자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클라우드 성장 둔화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투자 규모 대비 마진 개선 속도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시장은 더 이상 투자 규모만으로 환호하지 않는다. 그 돈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지가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