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전쟁, ‘유리’가 갈랐다
국내 3강 SKC·삼성·LG,
시장 선점 승부수 내밀었다

“이 기술 잡는 쪽이 AI 주도권 쥔다더니, 이제 보니 진짜였다.”
‘꿈의 기판’이라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을 두고, SKC·삼성전기·LG이노텍이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기존 플라스틱 대신 유리를 기판으로 사용하는 기술인데, 인공지능(AI)과 고성능 반도체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유리기판이 뭐길래…AI 시대의 ‘핵심 재료’
유리기판은 말 그대로 유리처럼 얇고 매끈한 판 위에 반도체를 올리는 구조다.

지금까지는 주로 플라스틱 계열의 기판을 써왔지만, 유리는 훨씬 열에 강하고 잘 휘지 않으며, 전기적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쉽게 말해, 유리기판은 빠른 속도로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전기를 덜 먹고, 반도체 제품을 더 얇고 정밀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기반 재료’다.
특히 초미세 회로나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AI 반도체에는 꼭 맞는 소재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유리기판을 사용하면 데이터 처리 속도가 약 40%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3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음 AI 경쟁은 ‘기판 전쟁’

가장 먼저 판을 벌인 쪽은 SKC다. 지난 5월 29일, SKC는 31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해 이 자금을 자회사 앱솔릭스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로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짓고 이미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능 인증을 받는 단계로, 올해 말이면 본격 상업화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삼성전기도 만만치 않다. 세종사업장에서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을 막바지 단계까지 끌어올렸고, 연내 글로벌 대기업 2~3곳에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다.
대표이사 장덕현 사장은 “준비는 거의 끝났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2027년으로 잡고 있다.

LG이노텍도 빠르게 발을 맞추고 있다. 구미사업장에 핵심 장비를 들여와 올해 안에 시제품 생산을 시작하고, 고객사 인증을 거쳐 2027~2028년 중 대량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유리기판 시장은 2023년 9조 8000억 원에서 2028년 11조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인 인텔과 AMD도 유리기판 개발에 뛰어들며 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누가 먼저 기술을 상용화하느냐의 싸움이지만, 머지않아 그 기술의 완성도가 시장 점유율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망할려면 외국으로 옮겨야 산다. 정부에 다 뺏긴다,
상용화엔 아직 갈길이 먼 기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