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내고 꿰매는 기술로
희귀병을 고치는 시대
50조 시장 노리는 유전자 치료

“몸 안에 잘못된 유전자를 고쳐야 병이 낫는다고요?”
이제는 약이나 수술 대신 ‘유전자’ 자체를 고쳐 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마치 책에서 오탈자를 지우듯, 몸속 설계도에 해당하는 유전 정보를 정밀하게 수정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문제 유전자를 조용히 잠재우는 기술

‘유전자 치료’란 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꺼버리거나’ 또는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어’ 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방식은 ‘유전자 침묵’이다. 이 기술은 문제를 일으키는 유전자의 기능을 조용히 막아버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척수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희귀병엔 ‘스핀라자’라는 약이 쓰이는데, 이 역시 유전자 침묵 방식을 쓴다.
지금 전 세계 유전자 치료 시장은 약 10조 원 규모지만, 앞으로 9년 뒤엔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희귀병부터 난치병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유전자 치료의 핵심은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가위처럼 DNA를 잘라내는 장비를 넣어 고장난 부분을 도려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르고 난 자리를 제대로 꿰매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우리 몸의 세포는 스스로 낡은 부분을 분해하고 정리하는 ‘자가포식’ 기능을 갖고 있다.
이 과정을 일부러 유도하자, 유전자를 자르고 난 뒤 꿰매는 작업이 훨씬 정교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생쥐 실험에도 적용해 성공을 거뒀다. 실험쥐 눈에 유전자 가위를 넣고 자가포식 유도제를 함께 주사하자, 고쳐진 유전자에서 뚜렷한 반응이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과다.
국내 기업들도 미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전자 치료는 특히 유전성 난청이나 근육 질환처럼 기존 치료가 어려웠던 병에 큰 희망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에이비엘바이오 같은 기업들이 유전자 치료제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RNA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 국내 업체는 1조9천억 원 규모의 계약도 체결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기술이 복잡하고 생산비도 높아 약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술이 더 정교해지고 생산 방식도 개선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다.
과거엔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유전자 치료는 단지 병을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가족의 삶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