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다 떠나면 한국 마비된다”… 전국서 쏟아지자 ‘화들짝’, 대체 무슨 일?

폭행·욕설·강제출국 위협에
막힌 사업장 변경 제도
경제 인력난 심화 우려

“신발로 때리고 뜨거운 커피를 얼굴에 던졌어요. 이주노동자도 사람이에요.” 네팔 출신 A씨(28)의 절규가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드러낸다.

지난해 가을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경기 안산시 금속회사에서 도금 작업을 해온 그는 매일 무거운 철제품을 다루며 5개월 만에 손 통증이 심해져 더는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하지만 진짜 고통은 따로 있었다.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자 사장은 신발로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뜨거운 커피를 A씨 얼굴에 던지고 “업무방해죄로 신고하겠다”며 경찰까지 불렀다.

전남 나주에서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가 지게차에 묶인 채 괴롭힘을 당한 사건 이후, 전국 각지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피해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해야 할 제도는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다.

폭행당해도 못 떠나는 현실

베트남 출신 B씨는 지난 5월 경기 용인시 달걀 공장에서 한국인 간부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2주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했다. 고용허가제에서 허용하는 이직 횟수 3회를 모두 사용했기 때문이다. B씨는 고용복지센터 권고를 받은 업체 사장이 고용변경 신고서를 작성한 뒤에야 겨우 일터를 옮길 수 있었다.

지난 2월에는 전남 영암 축산농장에서 일하던 20대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6개월간 농장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은 고용허가제 노동자가 최초 3년 내 3번, 추가 1년 10개월간 2번까지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고 규정한다. 원칙적으로 처음 계약한 사업장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구직 기간 제한이다. 사업장을 바꾸더라도 90일 안에 새 일터를 찾지 못하면 체류 자격을 잃고 강제 출국된다. 정부는 불법 체류를 예방하고 내국인 고용 기회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런 제한을 두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최정규 변호사는 “업주가 이주노동자를 폭행하거나 수백만원을 요구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며 “사업장 변경 불가 원칙을 없애야 업주와의 주종관계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발목 잡는 경직된 제도

이런 제한 정책이 계속되면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2030년경부터 경제활동 인구가 뚜렷하게 줄어들 예정이다.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 등에서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는 연간 약 1조5000억원의 국민소득 및 GDP 상승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경직된 이동 정책은 장기적으로 이런 경제적 이익 확대를 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숙련된 이주노동자의 안정적 근무가 어려워지면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생산성도 떨어진다. 기업과 노동자 간 효율적 매칭도 힘들어져 산업 현장의 인력 미충원과 생산 차질이 누적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구직 기간과 이동 제한 완화, 숙련 외국인 유입, 장기 체류 기반 마련 등 제도 개선 없이는 노동시장과 국가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정책 변화 없이 현행 제한이 지속되면 2030년 이후 노동 투입이 GDP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노동자들의 절망적 외침이 단순한 개인의 고통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