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위한 음식이라더니
정작 서민들 생각은 안 하는
미국의 ‘서민 음식’
“이제는 뭐 하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게 없어요”, “대체 서민들은 뭘 먹고 살라는 건지…”
고물가, 고금리의 시대라는 말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던 A씨는 최근에야 그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혼자 생활하는 직장인이고 과소비하는 타입도 아니라 물가가 올라도 큰 걱정이 없을 줄만 알았는데, 식비가 문제다.
배달을 시켜 먹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1인 가구인지라 쉽지가 않다.
그냥 시리얼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아졌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었던 시리얼의 가격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값은 비싼데, 양까지 줄여? 분노하는 서민들
지난 2월, 시리얼 제조사인 켈로그의 CEO 게리 필닉이 무심코 한 발언은 미국 전역을 들끓게 했다.
그는 “고물가 시대, 저녁 식사로 시리얼은 어떤가요?”라고 물었을 뿐이지만 안 그래도 식품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그의 말은 분노를 자극할 뿐이었다.
콘푸로스트, 첵스초코, 리얼그래놀라 등의 제품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켈로그는 최근 미국서 큰 가격 상승을 겪고 있다.
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켈로그 시리얼 24종을 분석한 결과 불과 5년 사이 시리얼 100g당 단가는 무려 82.1%나 상승했다.
제품 용량이 그대로인 것도 아니었다. 2019년 850g이 들어있었던 시리얼은 2024년 700g으로 150g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가격은 6달러에서 9달러로 오른 셈. 2022년에는 가격이 13% 상승하더니 2023년에는 8%나 올랐다.
특히 시리얼을 주식처럼 삼는 미국의 경우, 시리얼에 곁들이는 우유와 과일까지 생각해야 하니 더더욱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켈로그를 자주 구매하던 미국인 B씨는 “가난한 이들에게 시리얼을 먹으라고 광고하면서 값은 올리고 양은 줄인다”면서 “미국판 앙투아네트”라고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든 맥도날드
미국의 또 다른 대표적인 서민 음식, 햄버거도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맥도날드 2분기 판매량은 그야말로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맥도날드는 최근 메뉴 가격 인상을 겪은 바 있다.
맥도날드는 각종 할인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을 붙잡아보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저소득층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만큼 고객 감소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민들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시리얼과 맥도날드도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식품계에 어떤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인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