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증가에도 불안한 시선
美 관세 15%의 그림자
한국GM·르노·KGM 반등 주목

7월 한 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량이 나란히 증가세를 기록했다.
신차 효과와 친환경차 수요가 맞물리며, 현대차·기아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고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두 자릿수 성장률로 반등에 성공했다. 여기에 KG모빌리티도 신차를 앞세워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웃을 수만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미 양국 간 관세 협상 타결로, 그동안 누려왔던 미국 수출 무관세 혜택이 사라져, 8월부터는 한국산 차량에도 일괄적으로 15% 관세가 적용된다.
그간 0% 무관세라는 날개를 달고 수출 시장을 누벼온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겐 가격 경쟁력의 붕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중견사의 반격…한국GM·르노코리아 깜짝 실적, KGM도 회복세

한국GM은 7월 한 달간 3만2244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9%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해외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신형 모델들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판매 회복세를 본격화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르노코리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한 7251대를 판매했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 172.3%의 급등세를 보였다. 그 중심에는 그랑콜레오스가 있다. 국내에서만 3000대 넘게 팔리며 사실상 르노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KGM(옛 쌍용차)도 9620대를 판매하며 15.7%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액티언 하이브리드와 무쏘 EV 등 신차 효과가 두드러졌다. KGM 관계자는 “내수 회복세가 뚜렷해지며 올해 들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 ‘선방’했지만…美 관세 변수에 긴장

현대차는 7월 한 달 동안 국내 5만6227대, 해외 27만8567대를 판매해 총 33만4794대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0.5% 늘어난 수치다. 주력 모델인 아반떼,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80 등이 고르게 판매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기아는 같은 기간 26만2705대를 팔아 0.3%의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에선 스포티지와 셀토스가 꾸준한 인기를 끌었고, 국내 시장에서는 카니발과 쏘렌토가 주력 차종으로 실적을 올렸다.
기아 관계자는 “EV4와 EV5 등 전동화 모델의 수출 확대를 통해 하반기에도 성장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친환경차 수요에 맞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선방’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는 미국발 관세 인상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됐던 한국산 자동차에 8월부터는 15%의 수입 관세가 일괄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관세 인상 전 선적 물량을 늘리고, 친환경차 수요 덕을 본 결과 7월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후 수출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관세 시대’ 끝…미국 시장 경쟁력 흔들

이번 관세 조정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일본·유럽보다 더 큰 폭의 관세 인상을 감내하게 됐다. 일본과 EU는 기존 2.5%에서 15%로 오른 반면, 한국은 0%에서 15%로 인상돼 가격 경쟁력에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이 5조 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정부 협상단이 막판까지 12.5%를 주장했으나 합의엔 실패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부품 현지화 비중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앨라배마,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등 미국 내 3개 공장을 운영 중으로 이들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약 100만 대 수준이다. 향후에는 메타플랜트 생산 규모는 50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의 실적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간 시간의 결실일 뿐으로 이제 완성차 업계는 관세 인상이라는 새로운 룰 아래, 차를 팔 수 있는 조건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