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을 반복하다 두 번 적발되면 사업 면허 자체를 박탈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반복담합 근절방안’을 공개했다.
사실상 ‘퇴출’에 해당하는 이번 조치는 그간 과징금 중심의 제재만으로는 담합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공정위는 “담합은 시장 경쟁 질서를 훼손하고 국민 생활과 국가재정에 심대한 피해를 끼치는 중대한 위반행위”라며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5년 내 두 번 담합하면 등록 취소·영업정지
공정위가 제시한 핵심 방안은 등록·허가가 필요한 업종에서 담합을 반복하는 사업자의 시장 참여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5년 내 2차례 이상 담합이 적발될 경우, 공정위가 소관 부처 장관에게 등록 취소 또는 영업정지를 요청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미 건설산업기본법은 9년 이내 2차례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공인중개사법도 2년 내 2차례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처분 시 중개사무소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모델로 삼아 담합이 빈번한 주요 업종으로 퇴출 규정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담합 의혹이 불거진 정유사·주유소 업종에 이 제도가 적용될지도 주목된다. 석유사업법상 석유정제업과 석유판매업 모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에게 등록하도록 규정돼 있어 퇴출 메커니즘 도입이 가능한 구조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어떤 업종에 적용할지는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대상 공개를 유보했다.
과징금 100% 가중·리니언시 혜택 절반으로 축소
재정적 제재도 대폭 강화한다. 현행 제도는 과거 5년간 위반 횟수에 따라 과징금을 10~80% 가중하지만, 개편안은 10년 내 반복 담합 시 과징금을 100% 가중하도록 고시를 변경한다.
담합 자진신고자에게 주어지는 과징금 감면 혜택, 이른바 ‘리니언시(leniency)’도 엄격하게 조인다. 제재 후 5~10년 사이에 재담합한 경우 1순위 자진신고자의 감경 폭을 현행 면제에서 50%로, 2순위는 50%에서 25%로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리니언시 혜택 축소가 기업의 자진신고 유인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반복 담합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평가한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간도 늘어난다. 현재 담합 주도자 1년, 단순 가담자 6개월인 제한 기간을 각각 6개월씩 늘려 주도자 1년 6개월, 가담자 1년으로 연장한다. 나아가 비입찰 방식의 담합—가격·생산량 조절 등—을 한 경우에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임원 해임 명령·단체소송 확대…피해 구제도 강화
담합을 주도한 임원을 공정위가 직접 해임하거나 직무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임원해임·직무정지명령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부당한 밀약이 이어지는 인적 네트워크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제도는 이미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및 영국·미국·호주의 경쟁법에 반영돼 있으며, 공정거래법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피해자 구제 창구도 넓힌다. 현행 단체소송은 위반행위 금지·중지 청구만 가능하지만, 소비자기본법 개정을 통해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포함하도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공정위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 요청 시 위법성 입증 자료와 손해액 산출 자료를 제출하도록 제도화한다.
공정위는 이날 TF에서 계란·밀가루·전분당 담합 사건을 상반기 중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보고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근절방안이 실제 법제화될 경우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지 못한 중소 제조·유통 업체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