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로또 잡아라” 구름같이 몰려드는데… 여기선 발등에 ‘불’ 떨어졌다

수도권 청약 경쟁률 고공행진
지방 건설사는 미분양 악몽
지역별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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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청약 신청 / 출처: 연합뉴스

“한쪽에선 연일 경쟁률 신기록을 세우는데, 다른 쪽에선 안 팔려서 문제라니…” 대한민국 분양시장이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며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청약 열기가 뜨거운 반면, 지방에서는 브랜드 아파트조차 미분양 사태를 겪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수도권 ‘로또 청약’ 여전히 뜨겁다

경기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무순위 청약은 단 1가구 모집에도 청약 사이트가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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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청약 신청 / 출처: 연합뉴스

LH는 16일 ‘과천 S-7블록 그랑레브데시앙’ 재공급 1가구에 대한 청약 접수 시간을 당초 오후 5시에서 18일 오후 5시까지로 연장했다. 16일 오후 5시 기준 접속자 수만 무려 6만 6천여 명에 달했다.

이 아파트는 기존 당첨자의 중도금 미납으로 계약이 취소돼 다시 나온 물건으로, 분양가는 2020년 공고 때와 동일한 5억 4천만 원 수준이다.

현재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1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이 기대된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 강남권 역시 열기가 뜨겁다.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 단지 ‘래미안 원페를라’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51.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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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청약 신청 / 출처: 뉴스1

전용면적 59㎡B 타입은 30가구 모집에 9223명이 신청해 307.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방 미분양 사태 심화, ‘준공 후 미분양’까지 증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청약 열풍이 불고 있는 동안, 지방 분양시장은 정반대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1~5월 청약 접수를 받은 전국 민간 아파트 69곳 중 28개 단지(약 40.6%)가 청약 미달로 미분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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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청약 신청 / 출처: 뉴스1

전남 광양시 마동의 ‘더샵광양레이크센텀’은 2차 청약에서 206가구를 모집했으나 단 18건의 신청에 그쳤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단지이자 925가구 규모의 대단지임에도 수요 기반 부족으로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상황이 더 심각한 곳도 있다. 지난 4월 청약을 받은 ‘강릉 영무예다음 어반포레’는 특별공급에 3명만 지원했고, 이어진 청약에서도 145가구 모집에 24명만 지원했다.

미분양 여파로 시행사인 영무토건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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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청약 신청 / 출처: 연합뉴스

특히 지방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이라는 더 심각한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4월보다 1305가구 늘었다.

수도권은 4574가구에서 4525가구로 감소한 반면, 지방은 2만 543가구에서 2만 1897가구로 증가했다.

인구구조와 수요 기반의 차이가 분양시장 양극화 원인

이러한 분양시장 양극화의 원인은 지역별 인구 구조와 수요 기반의 차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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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청약 신청 / 출처: 뉴스1

조현욱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방은 주택보급률이 대부분 105~107%로 집이 넘치고 있는 반면, 서울은 91%, 경기는 95~97%로 집이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수요-공급 불균형은 시장 반응으로 직결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수도권은 공급에 대한 갈증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가격이나 금리와 상관없이 수요가 몰린다”며 “반면 지방은 실수요자가 적고, 청약 후 계약까지 이어지는 비율도 낮아 흥행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지역 수요 기반에 대한 정밀한 분석 없이 공급을 밀어붙일 경우, 미분양 부담이 계속 시장을 짓누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조현욱 교수는 “지방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거나 양도세, 취득세 등을 감면해 주는 강력한 정책 지원이 없으면 당분간 미분양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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